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사장이 안 판다는 회사 산다고? 주식 비싸게 팔라며 주주들 포섭해요

입력 : 2026.01.08 03:30

적대적 M&A(인수·합병)

/일러스트=박상훈
/일러스트=박상훈
Q. 저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를 참 좋아해요. 해리포터를 만든 영화사 워너브러더스를 넷플릭스가 인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영화사 파라마운트도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하고 싶다면서, 적대적 M&A를 하겠다고 선언했대요. 대체 인수는 무엇이고, 적대적 M&A는 무엇인가요?

A. 주인공 회사를 뺏으려는 기업이 나오는 드라마를 본 적 있나요? 사장님은 회사를 지키려고 발을 동동 구르는데, 상대 기업은 막대한 돈다발을 들고 공격해오죠.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영화사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를 차지하기 위해 세계적인 기업들이 엄청난 싸움을 벌이고 있거든요.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경제 뉴스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인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M&A는 기업이 다른 기업을 사거나(인수) 기업들이 합치는 것(합병)을 말합니다. 보통은 어떻게 할까요? 우리는 중고 거래를 할 때 판매자와 만나서 가격을 흥정하고 물건을 주고받지요. 기업도 똑같습니다. 이번에 WBD가 매물로 나오자, 넷플릭스는 WBD의 경영진을 찾아갔어요. "저희가 이만큼 돈을 드릴 테니 회사를 파시죠." 두 회사는 합의했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이게 일반적인 M&A입니다.

그런데 며칠 뒤 갑자기 파라마운트가 나타나서 판을 뒤엎었어요. "그 계약 무효야! 내가 더 비싸게 사겠어." WBD는 당황했습니다. "우린 이미 넷플릭스와 계약했습니다." 하지만 파라마운트는 WBD를 무시하고 말합니다. "이 회사의 진짜 주인한테 직접 물어볼 겁니다." 이게 바로 '적대적 M&A'입니다. 경영진의 반대를 무시하고 강제로 회사를 사들이려는 시도예요.

주식회사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요? 바로 주식을 가진 '주주'예요. 파라마운트는 WBD 주주들에게 유혹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WBD 주주 여러분, 넷플릭스는 주당 27달러를 준다죠? 저희한테 파시면 주당 30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바로 드립니다!" 이런 걸 '공개 매수'라고 해요. "주식을 비싸게 사겠다"고 광고를 내서, 주주들이 자신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WBD 주주들이 파라마운트에 주식을 대거 넘겨 팔면, 파라마운트가 최대 주주가 돼서 WBD 경영진을 몰아내고 회사를 차지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3년 아주 시끄러웠던 적대적 M&A 사건이 있었어요. 바로 에스파, 엑소 등이 소속된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전쟁이었습니다. SM 경영진은 카카오에 경영권을 넘기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BTS가 속한 기획사 하이브가 반발했어요. 하이브는 SM 주주들에게 주식을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사겠다고 공개 매수를 선언하며 적대적 M&A를 시도했죠. 결국 카카오가 더 비싼 가격에 공개 매수를 했고, 하이브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전쟁은 끝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SM의 주가는 요동쳤고, 연일 뉴스에 오르내렸어요.

김나영 양정중 교사·경제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