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인문학 이야기] 낭비벽으로 평생 빚에 시달린 발자크… 글 쓸 때는 하루 열여섯 시간 몰두했죠
입력 : 2024.10.08 03:30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 ▲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발자크의 사진이에요. 그는 하루 열여섯 시간씩 글을 쓴 작가이자, 인쇄소를 운영한 사업가였죠. 하지만 사업 실패와 낭비벽으로 평생 빚에 쫓기며 살았어요. /브리태니커
발자크는 이해하기 어려운 낭비벽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유럽 전역에 이름을 날린 작가였기 때문에 원고료가 최고 수준이었어요. 그렇지만 발자크의 사치는 언제나 도를 넘었습니다. 당시 돈 많은 귀족이나 누릴 법한 자가용 마차를 사고, 제복을 입힌 하인을 몇 명이나 두곤 했답니다. 귀도 얇아서, 허황된 소문과 성급한 판단으로 어설프게 사업을 벌여 날린 돈도 어마어마했어요. 빚을 많이 진 그는 언제나 거처를 구할 때 문이 둘 있는 집을 찾았다고 해요. 앞문에서 문을 두드리는 빚쟁이들을 피해 뒷문으로 달아나기 위해서였대요. 그는 뻔뻔한 구석까지 있어서 자신을 '오노레 드 발자크'라고 소개하곤 했습니다. 이름 사이에 '드'는 귀족을 뜻하는 호칭이에요. 한데 그는 그냥 시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천재의 삶을 보통 사람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되지요. 20세기 최고 전기(傳記) 작가로 알려진 슈테판 츠바이크는 차분한 눈으로 발자크가 누구인지 들려줍니다. 발자크는 자정에 깨서 하루 열여섯 시간을 쉬지 않고 소설을 쓰고 고쳤습니다. 학자들은 그가 작업을 위해 평생 마셔댄 커피가 5만잔에 이를 것이라고 짐작해요. 발자크는 "(내가) 세계에 내줄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한 시간뿐"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렇다면 발자크가 진짜 자기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언제일까요? 소설 쓰기에 몰두해 있는 하루 열여섯 시간일까요, 아니면 미친 듯이 자유를 누리는 한 시간 남짓일까요? 발자크는 미친 듯이 일했고, 쉴 때는 과도하게 늘어졌으며, 짧게 쾌락을 즐기는 순간에도 거침이 없었지요. 그의 엄청난 창작 작업은 지나친 낭비로 진 빚을 갚으려는 발버둥이기도 했습니다. 크고 강하게 분출하려면 강한 압력이 있어야 합니다. 발자크는 위대한 문학 작품을 낳고자 은연중 스스로에게 엄청난 고통을 불어넣었던 셈입니다.
'인간 희극'은 발자크가 자기 소설 전집에 붙인 제목입니다. 여기에는 왕과 귀족이 사라지고 산업 문명과 민주주의가 자리 잡던 시대 분위기가 오롯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발자크는 '19세기의 풍속 화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인간 희극'에 담긴 '고리오 영감' 같은 작품들을 꼭 읽어보세요. 아울러, 발자크 전기를 쓴 츠바이크의 다른 전기도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 전기가 대표적이죠. 번뇌와 고통에서 보석 같은 삶의 의미를 길어내는 문학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