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폭풍우 치는 어느 날, 우주의 다른 별에서 고양이 '백설기'와 '양갱'이 지구로 와요. 그리고 지구에 사는 고양이들을 데리고 그들의 별로 돌아갈 계획을 세웁니다. 지구에서 환경 파괴를 일삼는 인간들이 꼴도 보기 싫었기 때문이에요. 인간 따위는 없는 세상이 더 살기 좋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백설기와 양갱은 '과학 책방 모모'에서 주인공 '신작가'와 '노학자', '한단결'이 SF(공상과학) 소설과 영화들이 던지는 질문과, 이 질문들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토론하는 걸 듣고 마음을 바꿉니다. '성별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나누는 것이 과학적일까?' '인공지능 로봇도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을까?' 등 SF 작품에 나오는 문제에 관해 주인공들이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인간 세상에도 낡은 이분법의 틀을 깨트리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이들이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죠.

책은 여러 SF 작품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요. 1부에서는 임신하는 남성이 등장하는 '블러드차일드'를 통해 여성과 남성에게 주어진 생물학적 역할이 정말 당연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해요. 그리고 평생 감금돼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여성의 삶을 다룬 '시녀 이야기'를 살펴보고, 인공 자궁이 여성을 해방시켜줄 수 있을지 등을 토론하죠.

2부에서는 자폐인의 시선에서 비장애인들의 세계를 낯설게 묘사한 '어둠의 속도'를 통해 장애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줘요. 지금껏 사회가 장애를 비정상적이고 이상하고,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오지 않았는지 말이에요. 더 나아가 장애가 무언가를 잃은 상태를 의미한다면, 과학 기술이 장애라는 개념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하는 내용도 다뤄져요. 만약 팔이 없거나 팔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의공학 기술 발달로 원래보다 더 뛰어난 팔을 갖게 된다면 더는 장애인이 아닌 걸까요?

3부는 반려 로봇이 일상화된 세상, 가상현실을 자유롭게 오가는 삶 등 우리가 경험한 적 없는 세계를 다룬 SF 작품을 소개해요. '레디 플레이어 원'에는 가상현실에서 빚을 지면 일반 현실에서도 그 빚을 갚아야 하는 내용이 나와요. 이 이야기는 가상현실을 그저 재미있는 오락으로만 볼 수 있을지,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미래 사회에 좋을지 생각하게 해줍니다.

4부에서는 지구의 미래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환경'을 다룬 작품들이 나와요. 그리고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등과 같은 질문과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저자들은 독자가 이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도 기존의 낡은 생각들을 깨트리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관심 있는 내용에 관해 깊게 토론해보면 좋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