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120년 동안 만든 세계 최대 규모 성당… 미켈란젤로가 지금의 뼈대 구축했죠
입력 : 2023.01.17 03:30
성 베드로 대성당
- ▲ 한밤중에 정면에서 본 불 켜진 성 베드로 대성당.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은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이자 기독교의 초대 교황인 성 베드로를 기념하고자 세운 곳입니다. 성 베드로는 기원후 66년 기독교를 박해하던 로마의 네로 황제에게 처형당했고, 그의 시신은 바티카누스 언덕에 매장됐는데요. 이후 4세기쯤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1세가 베드로의 무덤이 있다고 전해지는 곳에 성당을 건축하면서 '성 베드로 대성당'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베드로의 무덤 위에 제대를 설치하고 각종 성유물(聖遺物·기독교에서 예수나 성인들과 관계된 물품)을 봉헌한 성당에서, 800년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루스 1세의 대관식이 열렸습니다. 이후 600년 넘게 각종 의식이 진행됐고 가톨릭의 성지로 자리매김했죠. 하지만 지은 지 1000년이 지나면서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고 더는 보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낡아 붕괴 직전의 위기에 처합니다. 1506년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성당을 재건하기로 하면서 현재의 성 베드로 대성당 건설이 시작됐습니다.
1506년 건축가 도나토 브라만테가 만든 계획안은 120년 동안 여러 총괄 건축가를 거치면서 변형되고 보완됐는데요. 그중 현재의 뼈대를 구축한 사람은 바로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입니다. 천재 조각가로 잘 알려진 미켈란젤로는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17년간 성당 건설에 매진하면서 성당의 주요 부분을 거의 다 만들었어요. 특히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던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돔을 직접 측정한 후 비슷한 크기로 돔을 만들었죠. 이 돔은 로마 시내 어디에서나 보이는 성 베드로 대성당의 상징이지만 막상 성당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데요. 미켈란젤로 사후 성당 정면을 과도하게 확장하면서 돔을 가렸기 때문이에요. 이후 17세기 초, 조각가 잔 로렌초 베르니니는 45년에 걸쳐 성당 내부 구석구석을 설계하고 성당 입구에 거대한 광장을 만들었습니다. 하늘에서 보면 열쇠 모양으로 생긴 이 광장은 수십만 명이 동시에 모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데요. 특히 높이 16m의 대리석 기둥 284개가 각각 4열로 늘어선 타원형 대회랑(폭이 좁고 길이가 긴 통로)이 압권입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은 가로 220m, 너비 150m, 높이 138m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성당입니다. 후대에 가로 및 높이에서 더 큰 성당이 생기기는 했지만, 실내 면적을 기준으로 아직 성 베드로 대성당만큼 공간이 웅장한 성당은 찾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까지 이어진 공사에 당대 최고 수준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면서 내·외부의 작은 부분까지 엄청난 공을 들였어요. 미켈란젤로의 걸작인 조각상 '피에타'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