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99] '껍질'과 '껍데기'

입력 : 2021.06.30 03:30
[예쁜 말 바른 말] [199] '껍질'과 '껍데기'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라는 노랫말을 가진 노래가 있어요. 또 '산에서 내려온 조개껍데기'라는 제목의 책도 있어요.

조개 껍데기와 조개 껍질, 어느 것이 맞을까요? 많은 사람이 이 둘을 혼용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껍질'과 '껍데기'는 일부 뜻이 다르고 쓰이는 상황도 다르답니다.

먼저 '껍질'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하지 않은 물질의 막'을 뜻해요. 사과나 감자, 귤, 호박처럼 겉이 딱딱하지 않은 물질에 써야 하죠. 또 '껍질'은 '알맹이가 빠져서 속이 비거나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나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해요. 예를 들면 '내 넋은 고향에 두고 빈 껍질만 이곳으로 왔다'와 같이 써요.

'껍데기'는 '달걀이나 조개 같은 것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말해요. 굴이나 전복, 호두의 겉 물질처럼 딱딱하고 단단한 물질을 뜻하죠. 이 밖에도 '거짓이나 가짜'를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말이기도 해요. 신동엽 시인이 1967년 발표한 '껍데기는 가라'라는 시에 반복해 등장하는 '껍데기'도 그런 뜻이죠. 당시 시인은 4·19 혁명, 5·16 군사 쿠데타, 베트남 전쟁 파병 등 여러 가지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면서 허위적인 것(껍데기)이나 겉치레는 사라지고 순수한 마음과 순결함만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했다고 해요. 끝으로 '껍데기'에는 '속에 무엇이 들어갈 수 있게 만든 물건'이라는 뜻도 있는데, 이불 껍데기나 베개 껍데기 등에 써요.

최근 언론 보도 내용 중에 '중국에서 귤 껍데기에 화학 염료를 칠해 판매', '양파 껍데기를 차 마시듯 달여 마시면'과 같은 표현이 있었어요. 이는 '귤 껍질','양파 껍질'로 고쳐 써야 해요. 또, 흔히 '돼지 껍데기'라고 하는데, 역시 '돼지 껍질'이 맞습니다.

<예문>

­'수박 껍질만 핥는다'는 '수박 겉핥기'의 북한 속담이다.

­단물만 빼먹고 빈 껍질은 내동댕이치는 타산적인 사람은 친구가 없다.

­평생 막노동으로 살아온 아저씨의 손은 나무껍질처럼 거칠어져 있었다.

­"지난 여름에 주워 온 소라 껍데기 어디 있어?"

­야당의 한 정치인이 "껍데기만 남은 한미동맹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신 베개 껍데기가 참 마음에 든다.

­"과자를 다 먹고 나서 껍데기를 아무 데나 버리지 마라."

류덕엽 교육학 박사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