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여권으로 세상 읽기] 프리지아 모자 쓰고 창을 든 그녀, 프랑스 공화국의 상징이랍니다
입력 : 2020.04.21 03:00
마리안(Marianne)
- ▲ 프랑스 여권 속지에 투명그림(워터마크)으로 그려진 마리안(위). 아래는 삼색기를 배경으로 마리안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프랑스 정부의 로고입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프랑스 정부 홈페이지
상징 인물이 탄생하자 사람들은 그녀의 이름도 생각해냅니다. 프랑스혁명이 갖는 대중성을 살리기 위해 당시 서민들 사이에서 가장 흔했던 마리(Marie)와 안(Anne)이라는 두 이름을 결합하여 마리안(Marianne)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마리안이 예술 작품으로 선명하게 표현된 것이 프랑스 7월 혁명을 그린 들라크루아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입니다. 마리안은 이 그림에서 붉은 프리지아 모자를 쓰고, 오른손엔 삼색기, 왼손엔 총을 들고 전진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마리안은 여러 곳에서 프랑스를 상징해 왔어요. 파리의 개선문 기둥에서도, 파리의 여러 광장에서도 그녀를 표현한 상징물을 볼 수 있지요. 프랑스 정부의 로고도 마찬가지예요. 이 로고는 프랑스 정부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삼색기를 배경으로 마리안이, 그 아래에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의 표어가 프랑스 공화국이라는 국가 명칭과 함께 새겨져 있어요.
그럼 마리안이 이처럼 오래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뭘까요? 아마도 그 답은 그녀가 탄생 순간부터 현재의 제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공화국의 상징이라는 점에 있을 거예요. 만약 프랑스인들에게 공화국에 대한 애착이 없었다면 공화국의 상징 마리안이 그렇게 장수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얼마 전 프랑스는 '2024년 파리올림픽 엠블럼'을 선보였는데, 그 엠블럼은 올림픽을 상징하는 요소와 프랑스를 상징하는 요소를 조합해서 만들었다고 발표했어요. 올림픽은 성화와 금메달의 이미지를 살려서, 프랑스는 마리안 형상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금빛 도안 속에 성화가 보이고 그에 겹쳐서 여성의 얼굴과 머리카락, 입술이 보이지요. 바로 마리안입니다. 이제 2024년이 다가올수록 우리도 그녀를 더 자주 보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