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 은퇴 후 사막으로 향한 까닭은?
다비드 벤구리온
지금까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갖고 있던 사람은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초대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Ben-Gurion·1886 ~1973)이었어요. 그는 13년 5개월 동안 총리로 있었죠. 이스라엘 텔아비브 국제공항은 '벤구리온 공항'이라 불려요. 이스라엘이 시리아 접경에 있는 골란고원을 점령할 때 동원한 탱크도 '벤구리온 탱크'랍니다.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는 그의 이름을 딴 '벤구리온 대학'도 있어요.
◇"우리 힘으로 유대인이 살 조국 만들어야"
벤구리온은 1886년 폴란드에서 태어났어요. 그는 열네 살 때부터 '시오니즘' 운동에 동참합니다. 유대인들이 조상이 살던 땅인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운동이에요.
그는 바르샤바 대학에 다니던 1906년, 오스만 제국이 지배하는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합니다. 동료와 함께 물길을 잇고 땅을 개간했지요. 유대인 손으로 유대인이 살아갈 땅을 개척하는 게 그의 꿈이었어요.
- ▲ 이스라엘 초대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이 1956년 연설하고 있는 모습. 평생을 이스라엘 독립과 발전을 위해 헌신한 그를 ‘건국의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유대인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2000년 동안 팔레스타인은 결코 빈 땅이 아니었어요. 아랍인들이 뿌리내리고 살았죠.아랍 국가들은 이집트와 요르단을 중심으로 뭉쳐 '팔레스타인은 우리 땅'이라면서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를 침공합니다. 이것이 '1차 중동 전쟁'이죠. 이스라엘이 건국 선언을 한 이튿날부터 9개월간 이어졌어요.
벤구리온은 무기도 변변찮고 지휘 계통도 뿔뿔이 흩어져 있던 유대인 민병대를 이스라엘 방위군(IDF)으로 재편합니다. 이들은 똘똘 뭉쳐 아랍 국가를 잇달아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지켜냅니다. 영국 BBC는 "벤구리온이 보여준 헌신과 집요함이 없었다면 이스라엘이 이렇게 빨리 건국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했어요.
◇총리직 던지고 사막으로
건국 후 6년도 채 지나지 않은 1954년 1월, 벤구리온은 돌연 총리직을 내놓습니다. "어떤 국가도 단 한 사람에게만 기대서는 안 된다." 그가 자리를 던진 이유였어요.
벤구리온은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으로 향합니다. 네게브 사막은 이스라엘 국토의 50~60%를 차지해요. 그는 사막을 녹화하고 사막에서 농업을 할 방법을 찾았지요.
벤구리온은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정계로 복귀했어요. 그리고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총리를 지냈죠. 1970년 그가 정계에서 완전히 은퇴했을 때 다시 돌아간 곳 역시 네게브 사막이었어요. 1973년 벤구리온이 숨지자, 이스라엘은 국립묘지가 아니라 네게브 사막에 있는 아인 아브닷 협곡에 그를 안장했어요.
그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사막은 우리에게 언제든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지. 여기가 이스라엘 르네상스의 터전이라네."
이스라엘 정부는 1969년 이 사막에 네게브 대학을 세웠어요. 벤구리온이 서거한 뒤 그의 이름을 따 '벤구리온대학'으로 이름을 바꿨죠. 이곳에선 지금도 태양광 발전, 환경 및 생태 연구, 수자원 개발 연구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시오니즘이란?
시오니즘(Zionism)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이 조상의 땅인 팔레스타인에 국가를 건설하려는 운동을 말해요. 시온(Zion)은 예루살렘 또는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인의 땅을 뜻합니다.
유대계 오스트리아 언론인 테오도어 헤르츨(1860~1904)이 핵심 시오니즘 사상가입니다. 그는 뿌리깊은 반유대주의를 겪으면서 '국제법으로 보장되는 유대인의 조국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시오니즘에 따라 유대인은 오스만 제국 영토인 팔레스타인으로 이민을 오면서 세를 불려나갔어요. 이는 결국 독립으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