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황소개구리를 암컷으로 착각해 끌어안다 압사시킨대요

입력 : 2019.03.08 03:05

두꺼비

지난 6일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었어요. 이 무렵 봄을 알리는 천둥이 치고, 그 소리에 놀라(경·驚) 벌레(칩·蟄)들이 뛰어나온다고 옛날 사람들이 경칩이란 이름을 붙였어요.

겨울잠을 자던 두꺼비〈사진〉가 깨어나는 것도 이 시기예요. 두꺼비는 겨울잠을 자면서도 땅속 온도가 바뀌는 걸 알아요. 온도가 6~7도로 올라오면 겨울잠에서 깨어나 번식을 하기 위해 모이죠. 일반적으로 번식은 3월에 하는데, 따뜻한 지역은 이보다 빠르기도 해요.
두꺼비
/위키피디아
두꺼비는 매년 같은 곳에서 알을 낳아요.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는 속담이 있는데, 두꺼비는 올챙이 시절을 정확히 기억하나 봐요. 후각에 의지해 자기가 태어났던 곳 근처에 알을 낳아요. 산과 인접한 연못, 도랑, 습지, 논 등이죠.

번식 장소에는 수컷이 암컷보다 일찍 도착해요. 수컷은 물가를 돌아다니거나 몸을 물에 반쯤 담그고 "코옥-코옥-코옥 콕콕콕" 하는 울음소리를 내요. 암컷이 나타나면 수컷들이 서로 앞다퉈 암컷을 끌어안으며 짝을 찾지요.

번식 장소에는 암컷보다 수컷이 훨씬 많아요. 수컷끼리 암컷을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암컷을 끌어안는 수컷의 앞다리 힘이 강력하게 발달했어요. 그래서 웃지 못할 일이 왕왕 생겨요. 황소개구리를 암컷 두꺼비로 착각한 수컷 두꺼비가 앞다리로 황소개구리를 꽉 잡는 바람에 황소개구리가 압사하는 거예요. 두꺼비가 황소개구리 천적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어요.

두꺼비와 개구리는 생김새가 닮았지만 다른 점이 많아요. 먼저 두꺼비는 올챙이 적이나 번식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땅에서 살아요. 물가에 사는 개구리와 다르죠. 흙 속에 손을 묻고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라고 노래 부르며 놀던 일 기억하시죠? 두꺼비 놀이엔 이런 두꺼비 생태가 반영돼 있어요.

또 개구리는 날렵한데, 두꺼비는 굼떠 보여요. 개구리는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훨씬 길고 힘이 좋아서 멀리 뛰어오르고 물속에서 헤엄칠 때도 앞으로 쭉쭉 나가죠. 반면 두꺼비는 뒷다리가 개구리처럼 발달하지는 않아 엉금엉금 기어다니다가 정말 위급한 순간에만 뛰어오릅니다. 두꺼비는 대신 방어용 독을 등에서 뿜어내요. 이 독 때문에 물고기나 뱀 등이 잡아먹으려 하지 않죠.

흔히 잘생긴 자식을 얻으면 '떡두꺼비 같은 아이'라고 표현하죠. 인간에게는 친숙한 동물로 설화에도 종종 등장하지요. 콩쥐팥쥐전에서는 뚫린 독의 구멍을 등으로 막아주는 역할을 해주죠.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업두꺼비'라 하여 집에 두꺼비가 들어오면 부자가 된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