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38] '도로묵'과 '도루묵'

입력 : 2018.05.24 03:00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평화는 말짱 '도로묵'이야."

위 대화에서 틀린 말이 하나 있는데, 무엇인지 알 수 있나요? 정답은 '도로묵'입니다. 이는 '도루묵'을 잘못 쓴 것으로, 애써 한 일이 헛되이 되거나 기대와 전혀 다르게 변변치 못했을 경우를 비유적으로 뜻하는 말이에요.

도루묵은 옆으로 편평하며 등은 누런 갈색에 배는 은빛을 띤 바닷물고기예요. 목어(木魚) 또는 은어(銀魚)라고 하지요. 그런데 왜 도루묵이라는 생선이 위와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일까요?

[예쁜 말 바른 말] [38] '도로묵'과 '도루묵'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이 피란을 가다 우연히 '묵'이라는 생선을 맛보았는데, 아주 맛있어서 이 생선을 '은어'라고 고쳐 부르라고 명했다고 해요.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다시 접한 은어가 전에 먹던 그 맛이 나지 않자 형편없다고 느낀 선조가 "에이, 도로(다시) '묵'이라고 하여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 일화가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발음하기 편한 '도루묵'으로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흔히 아무런 소득이 없는 헛수고를 이르는 '말짱 도루묵' 같이 쓰는데, 관용구로는 '도로아미타불'이 있어요.

"도루묵은 12월에 맛이 가장 고소하고 담백하다."

"다이어트 실컷 해봐야 운동을 하지 않으면 도루묵이지."


류덕엽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장학관·전 삼릉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