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두 쌍 날개가 만드는 소용돌이… 현란한 비행술 비밀이죠

입력 : 2018.03.29 03:08

[나비의 비행술]

초당 10~12회만 날개 펄럭이는 나비,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천적 따돌리죠
비행기는 유선형 날개로 양력 얻어… 나비 날갯짓 본뜬 드론 개발 중이죠

봄이 왔어요. 날이 따스해지면 꽃이 피고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요. 그런데 나비는 드론(무선 전파로 조정하는 소형 무인 비행기)이나 헬리콥터처럼 빠르게 날갯짓을 하지 않아도 사뿐히 비행하는 곤충이랍니다.

세계적인 복싱 선수 무하마드 알리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말을 남겼어요. 나비처럼 현란한 움직임으로 상대 혼을 빼놓은 뒤 벌처럼 강력하게 날아들어 펀치를 날리겠다는 말이에요. 도대체 나비의 비행술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

◇현란한 비행술은 뒷날개의 힘

나비가 나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꿀벌 같은 곤충은 곧장 앞으로 비행을 하지만 나비는 지그재그로 움직여요. 벌은 1초에 190회가량 빠르게 날갯짓을 하는데, 나비는 초당 10~12회 정도만 펄럭일 뿐이랍니다. 벌이나 모기, 파리가 날 땐 귓가에 '앵~' 하는 소리가 나지만, 나비가 날아다닐 땐 거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걸까요? 먼저 나비는 다른 곤충과 비교했을 때 몸통보다 훨씬 커다란 날개를 갖고 있어요. 그것도 앞날개 2장, 뒷날개 2장으로 모두 4장(2쌍)을 갖고 있지요. 미국 코넬대 토머스 아이스너 교수팀은 이런 나비 날개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먼저 앞날개를 떼어내고 나는 모습을 관찰했어요. 그 결과 앞날개를 잃은 나비는 제대로 날지 못했지요. 이번에는 뒷날개를 떼어내자 나비가 앞날개 한 쌍을 펄럭이며 사뿐히 날아올랐어요. 비행하는 모습도 날개 두 쌍을 가지고 날 때와 큰 차이가 없었지요. 나비는 앞날개만으로 비행하는 데 별문제가 없었던 거예요.

나비의 비행술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그렇다면 나비의 뒷날개는 필요가 없는 것일까요? 아이스너 교수팀은 배추흰나비와 집시나방의 비행 궤적을 3차원 비디오로 자세히 살펴봤어요. 그러자 눈으로는 알 수 없던 차이가 나타났어요. 앞날개만으로 비행했더니 비행 속도가 전보다 느려졌을 뿐 아니라 비행 궤적이 단순해진 거예요.

예를 들어 배추흰나비의 비행 속도는 두 쌍 날개가 정상일 때 초속 2.37m였는데, 뒷날개를 떼어내자 1.77m로 느려졌어요. 속도의 변화, 즉 가속도 역시 초당 평균 8.48㎨에서 6.19㎨로 줄어들었죠. 반면 날갯짓은 1초에 11.8회에서 13.2회로 늘어났어요. 비행할 때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던 거예요.

연구진은 "나비는 뒷날개 없이도 지그재그 비행이 가능하지만 속도가 느려져 천적에게 비행 궤적이 읽히기 쉽다"고 설명했어요. 천적인 새들은 먹이를 잡아먹을 때 곤충의 비행 궤적을 예측하면서 돌진하는데, 나비는 두 쌍의 날개로 비행 방향과 속도를 자유자재로 바꾸며 새들의 추적을 피해온 거예요.

◇날개 소용돌이의 '뜨는 힘'

인류는 예로부터 새와 곤충의 자유로운 비행을 모방하고 싶어 했답니다. 그래서 비행기를 발명했지요. 하지만 나비처럼 우아하게 나는 비행술은 아직 모방하지 못하고 있어요.

비행기 날개는 대체로 유선형(앞부분은 둥글고 뒤쪽으로 갈수록 뾰족한 형태)으로 생겼어요. 이는 공기저항을 최소로 하기 위한 것인데,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속도를 높이면서 달리면 공기가 유선형 날개 위쪽으로는 빠르게 지나가는 반면 날개 아래쪽으로는 느리게 흘러간답니다. 이러한 속도의 차이는 날개 위·아래쪽에 공기 압력 차이를 만들어내지요. 공기 압력이 높은 아래쪽에서 공기 압력이 낮은 위쪽으로 '어떤 힘'이 작용하기 시작하는데, 그 힘으로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 힘을 '양력(揚力·공기가 중량을 받치는 힘)'이라고 부르는데, 비행기의 양력이 중력보다 크면 떠오르는 거지요.

비행기는 주로 날개 각도를 조절해서 고도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날개의 각도를 세우면 그만큼 공기저항이 커지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이 줄어드는 대신 위로 뜨는 양력이 커지면서 비행 고도가 높아지지요. 착륙할 때는 날개 각도를 아래로 낮춰 공기저항을 크게 해 비행기 속도를 줄이는 거예요.

반면 나비는 비행기처럼 도움닫기를 해서 양력을 만들지 않아요. 먼저 나비는 양쪽 날개를 몸통 가운데 위쪽으로 한데 모아요. 그리고 부채질을 하듯 두 날개를 아래로 힘껏 떨어뜨린답니다. 그러면 날개 앞쪽 윗부분에 작은 공기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면서 공기 압력이 낮아지지요. 양력이 발생하는 순간이에요. 이륙을 시작한 나비는 오른쪽 왼쪽 날개를 위아래로 힘껏 펄럭이는 방법으로 더 큰 양력을 얻어 앞으로 나아가요.



◇나비 날갯짓 본뜬 드론 개발 중

나비는 비행기와 달리 앞으로 나아가는 비행과 제자리 비행이 모두 가능하고 돌풍이 불어도 뛰어난 안정성을 보인다고 해요. 비행기가 매끈한 날개 주위에 공기 흐름을 만들어서 비행하는 반면, 나비는 두 쌍의 날개가 만드는 미세한 소용돌이로 비행하기 때문이죠.

한국항공대 장조원 교수팀이 제자리 비행에 능숙하다고 알려진 박각시나방을 본뜬 날갯짓 로봇을 만들어 실험한 결과, 나비 모양 날개가 만든 공기 소용돌이는 양력의 세기를 2배로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또 날개 가장자리 부근에서 발생한 강하고 복잡한 공기 소용돌이가 오래 지속될수록 최대 비행 속도가 빨라진다는 사실도 밝혀냈지요. 이를 통해 연구팀은 나비의 비행술을 정밀하게 연구해 기존 비행체와 달리 오랜 시간 저속 비행이 가능하고 소음이 적어 위장이 가능한 드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해요. 우아한 나비에게도 고도의 비행술이 숨겨져 있는 거랍니다.

서금영·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