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걸어 다니면 물개, 기어 다니면 물범… 귓바퀴 有無로도 구분할 수 있죠

입력 : 2017.12.14 03:03

물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인 점박이물범〈사진〉이 강원도 동해안 인근 하천에서 사냥하는 모습이 얼마 전 공개됐어요. 숭어 떼를 잡으려고 강릉 남대천 곳곳에 나타난 건데요. 지난여름 이 하천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고 해요. 전문가들은 점박이물범이 러시아 연해주 인근 바다에서 태어나 동해안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하는데, 최근 연해주 일대 물범 수가 크게 늘고 있어 앞으로 물범을 자주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물범은 다른 말로 '바다표범'이라고 부르고, 영어로는 'seal'이에요. 은회색 몸에 검은 반점이 흩뿌려진 점박이물범은 바다표범 중 가장 작은 종류이지요. 러시아 오호츠크해 연안에 20여 만 마리가 살아요. 바다와 민물을 오갈 수 있는데, 대부분 추운 한대(寒帶)지방에 살지만 일부는 온대지방 연안(바다 등에 접해 있는 육지)에도 살아요. 러시아 바이칼호에는 민물에서만 사는 유일한 물범이 있어요.

점박이물범
/위키피디아

물범은 보통 3~4월에 새끼를 낳는데, 일부 새끼 물범이 오호츠크해의 유빙(流氷·물 위 얼음덩이)을 타고 남쪽 바다로 흘러들어요. 어미 젖을 먹는 생후 2~3주까지는 노란색이 도는 하얀색 솜털로 덮여 있고, 유빙 위에 있어도 눈에 잘 띄지 않아요. 6월쯤 하천으로 올라오고 7월에는 하천에서 흔히 볼 수 있지요.

다 큰 점박이물범은 몸길이가 160~170㎝에 몸무게 70~130㎏이에요. 하지만 남극해에 사는 가장 큰 물범은 몸길이가 2.8~4.4m에 이르고 몸무게도 3t이나 되는 등 큰 물범과 작은 물범이 크게 차이가 나요. 우리나라에는 서해 백령도 일대 돌섬에 점박이물범 300여 마리가 살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마스코트로 선정될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랍니다.

물범과 물개를 헷갈리는 사람도 많은데요. 물개는 '바다사자'(sea lion)라고도 부르지요. 물범과 물개는 꼬리가 짧게 퇴화했고 몸의 지방층이 두꺼운 데다 행동과 먹성도 비슷해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충분히 구별할 수 있답니다.

물범은 겉으로 드러난 귓바퀴가 없지만, 물개는 작은 귓바퀴가 겉으로 드러나 있어요. 또 물범은 뒷발 지느러미를 돌리지 못해 땅에 올라오면 배를 바닥에 깔고 기어가는데, 물개는 뒷발 지느러미를 몸 아래로 돌려세우고 뒤뚱뒤뚱 걸어 다녀요. 수족관의 '물개 쇼'에서 아장아장 걷는 물개를 떠올리면 돼요. 물범은 하천과 먼바다를 오가며 사는 데 반해 물개는 먹이가 풍부한 바다에서만 눌러살아요. 헤엄칠 때는 둘 다 뒷발 지느러미로 물살을 밀고 나가고 앞발 지느러미로는 방향을 잡아요.

물범과 물개는 정어리에서 연어까지 다양한 물고기를 잡아먹고, 오징어, 갑각류, 심지어 펭귄도 먹어요.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는 턱수염으로 사냥감이 어딨는지 알아차리지요. 천적은 범고래와 상어예요.

물범 중엔 코끼리처럼 코가 두툼한 코끼리물범도 있어요. 크기 6.7m, 무게 3.4t에 달해 물범 중 가장 거대하지요. 포유류 중에서 가장 오래 잠수(2시간)할 수 있는 동물인데, 수심 1500m까지 내려갈 수 있답니다.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