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모차르트는 다섯 살 때 미뉴에트 작곡했어요

입력 : 2017.05.06 03:09

[위대한 작곡가의 어린 시절]

타고난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 여섯 살부터 전 유럽 연주 여행
'동물의 사육제' 쓴 카미유 생상스, 두 살부터 피아노 배우기 시작
조숙하고 고집 센 프로코피예프, 아홉 살 때 오페라 만들었어요

오늘은 즐거운 어린이날입니다. 무궁한 잠재력을 가진 어린이를 차별 없이 존중하고, 어린이들이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길 바라는 날이지요. 오늘 하루 학교생활과 숙제, 공부에서 잠시 벗어나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잠시라도 어린이날에 담겨 있는 깊은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겠죠?

누구나 어린 시절이 있듯, 유명한 클래식 작곡가들도 어린이였을 때가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어릴 때부터 어른도 무시할 수 없는 탁월한 음악적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지요. 어린이날을 맞아 그중 몇 사람을 꼽아서 소개해볼까 합니다.

◇4~5세에 작곡을 시작한 모차르트와 생상스

지금까지 등장했던 클래식 작곡가 중 최고의 천재를 꼽으라면 대부분 모차르트(1756~1791)를 떠올릴 거예요. 모차르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뽐냈습니다. 만 5세 때 이미 작곡을 시작했어요. '미뉴에트 G장조'는 모차르트가 처음 지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어요. 또, '피아노를 위한 안단테' '알레그로' 등이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 작곡한 작품들입니다. 모차르트가 아홉 살 때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해 작곡한 소나타들은 지금 들어도 순수한 동심과 어린 나이에 쓴 곡이라 믿기 어려운 성숙함이 적절히 어우러진 걸작이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모차르트가 일찍 천부적인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가 있었습니다. 레오폴드 모차르트 역시 뛰어난 음악가였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6세 아들을 데리고 오스트리아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전 유럽으로 연주여행을 다녔어요. 이 연주 여행은 음악 신동 모차르트가 유럽 곳곳에서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고, 모차르트가 어른이 되어 음악 활동을 하고 작품성을 인정받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모차르트, 생상스, 프로코피예프, 멘델스존 등 위대한 작곡가의 어린 시절 모습을 담은 사진·그림(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이에요.
모차르트, 생상스, 프로코피예프, 멘델스존 등 위대한 작곡가의 어린 시절 모습을 담은 사진·그림(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이에요. /위키피디아

어린이날 음악회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 중 하나가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1835~1921)가 29세 때 지은 '동물의 사육제' 입니다. 사자와 코끼리, 닭, 뻐꾸기, 물고기 등이 음악으로 등장하는 이 곡은 지금도 많은 어린이가 사랑하는 곡이지요.

생상스도 모차르트만큼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천재성을 꽃피웠어요. 두 살부터 피아노 공부를 시작해 네 살 때 피아노곡을 썼다고 하니 정말 대단합니다. 태어나자마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불행을 겪었지만, 공부 욕심이 많고 부지런했던 생상스는 음악 외에도 문학과 과학 등을 열심히 익혀 매우 박식한 음악가로 성장했습니다. 피아노·오르간 연주자로 일하기도 했던 생상스는 오페라를 포함한 여러 성악 작품과 교향곡, 실내악 등 무려 200여 곡을 남겼어요. 천재적인 재능에 성실함까지 갖춘 작곡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그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것도 그의 성실함 덕분이에요. 생상스는 할아버지가 된 후에도 피아노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덕분에 녹음기가 등장했을 때 많은 나이임에도 피아노 연주를 녹음할 수 있었지요.

◇9세 때 오페라를 완성한 프로코피예프

결혼식 마지막에 연주되는 '결혼행진곡'으로 유명한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멘델스존도 11세 때 교회에서 연주하는 칸타타를 작곡했고, 15세 때 교향곡을 만들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작곡가로서의 자질을 보였어요. 루트비히 베르거, 프리드리히 첼터 같은 훌륭한 스승의 지도가 더해지면서 38년이라는 짧은 일생 동안 교향곡, 실내악, 피아노곡 등 탁월한 걸작들을 남긴 작곡가로 성장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곡이 너무 어려워 연주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스무 살 때 부활시켜 연주한 것도 멘델스존의 주요한 업적 중 하나예요.

20세기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는 조숙하고 고집 센 천재였습니다. 8세 때 모스크바에서 오페라 '파우스트'를 본 뒤 "나도 저런 멋진 오페라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아홉 살 때 자신이 직접 대본까지 써가며 '거인'이라는 작은 오페라를 완성했어요.

프로코피예프의 부모님은 어린 아들이 쉽고 간단한 곡부터 쓰기 바랐지만, 소년 프로코피예프는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답니다. 결국 프로코피예프의 재능과 열정에 감동한 부모님은 가족끼리 꾸민 작은 무대에서 아들이 정식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주었지요. 이런 경험이 그를 개성과 뛰어난 실력을 모두 갖춘 작곡가로 성장하게 도와주었어요.

유럽의 변방으로 여겨진 폴란드에서 태어난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의 피아노곡으로 유명합니다. 그 역시 어릴 때부터 뛰어난 잠재력을 선보였습니다. 그가 일곱 살에 만든 첫 작품 '폴로네이즈 g단조'를 들어보면 비록 단순한 곡임에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정열과 감수성은 어린 쇼팽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졌는지 잘 보여주지요.

물론 위대한 작곡가들의 어린 시절이 천재성만으로 빛나는 건 아닙니다. 자신의 장단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더 높은 꿈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멋진 성과물을 만들어 낸 과정이 있기에 주목을 받는 것이죠. 어릴 때 두각을 보이지 못했더라도 꾸준한 노력과 연습으로 위대한 작곡가가 된 분도 적지 않고요.

여러분은 어떤 재능을 갖고 있나요? 위대한 작곡가들이 어릴 적 만든 음악을 들어보며 나의 잠재력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

 

김주영 피아니스트 기획·구성=배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