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일자리 뺏긴 분노로 기계 부숴… '차티스트 운동' 발단이 되다

입력 : 2016.03.31 03:09

러다이트 운동

인공지능 컴퓨터 프로그램 알파고와 우리나라의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의 대결이 큰 화제를 몰고 왔어요. 최근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소설 창작에 도전하여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하기도 했지요. 운전자 없이 차도를 달리는 자율주행 자동차, 병원에서 환자를 수술하는 원격진료 로봇도 곧 실생활에 쓰이게 된다고 해요. 기계가 인간이 하던 일을 대체하는 것은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지요. 일상생활에 편리함을 선사하는 기술의 발전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이 만든 물건인 기계가 인간을 파멸하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 않나요? 학습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컴퓨터가 가져올 세상의 변화에는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할 수 있으니까요.

1810년대 영국의 수공업자들은 방적기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을 벌였어요.
1810년대 영국의 수공업자들은 방적기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을 벌였어요. 하지만 기계를 파괴하는 활동이 생활고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투표권을 확보하는 차티스트 운동을 전개하게 됐답니다. /Getty Images 이매진스
산업혁명이 처음 시작된 영국도 마찬가지였어요.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자동 기계가 제작되면서 인간이 수작업으로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었어요. 영국 노팅엄은 양말과 레이스를 만들어 파는 직물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었어요. 양말을 짜는 기술자들은 집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양말을 짜서 시장에 내다 팔았지요. 그런데 방적기가 발명된 18세기 후반부터 노팅엄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어요. 돈이 많은 자본가들이 양말을 짜는 기계를 사서 수공업자들에게 빌려주고 양말을 만들도록 한 거예요. 집집마다 최신형 양말 짜는 기계가 들어왔어요. 게다가 기계만 다룰 줄 알면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도 양말을 만들 수 있게 되었죠. 기술을 배우고서도 실업자가 되는 사람도 생겼어요. 양말 생산량은 엄청나게 증대됐지만, 정작 물건을 만든 수공업자들은 점점 가난해졌죠. 방적기 임차료는 비싼데, 대량 생산된 양말 가격은 떨어졌기 때문이에요. 흉년과 전쟁으로 불황이 겹치면서 물가도 치솟았어요. 당시 사람들은 경제적 어려움이 커져 가족을 부양하고 끼니를 해결하기 힘들었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Luddite·방적기를 최초로 파괴했다고 알려진 네드 러드의 'ludd'에 추종자를 뜻하는 '-ite'를 붙여 만든 단어)을 벌였답니다.

러다이트 운동은 물가는 오르고 임금은 떨어져 생활고는 가중되는데 변변한 사회복지제도는 없었던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해요.

영국
1811년 노팅엄, 분노한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을 원망의 대상으로 삼아 밤이 되면 가면을 쓰고 기계를 부수거나 불을 질렀어요. 기계들이 한군데 공장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가정집마다 각각 대여해 놓여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기계를 부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고 해요. 러다이트 운동은 곧 요크셔, 랭커셔 등 영국 중부와 북부 지역으로 확산되어 갔어요. 깜짝 놀란 영국 정부는 강경하게 나섰어요. 1800년 만든 단결금지법에 따라 군대가 동원되었고, 주동자들을 교수형, 추방형에 처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근로자와 고용주가 대화하고 협상하는 관행이 싹트기 시작했어요.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기계를 파괴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이 하게 되었어요. 선거에 참여하겠다는 움직임은 차티스트 운동(Chartist·권리를 적은 헌장을 뜻하는 'charter'를 주장한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이어졌어요. 오늘날 일정한 연령에 달한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선거권은 러다이트 운동에서 시작되었답니다.

공미라 세계사 저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