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찬 겨울바람에도 가죽나무 열매는 끄떡없대요

입력 : 2015.01.15 03:06 | 수정 : 2015.01.15 09:20
추운 겨울에 나뭇가지를 만져본 적 있니? 대부분 바싹 말라 있지. 그런데 희미하게나마 그 나무 특유의 향이 나는 경우가 있어. 가죽나무가 그렇단다. 가죽나무의 겨울눈을 관찰하다 보면 특유의 냄새를 맡을 수 있거든. 가죽나무는 바람에 달랑달랑 흔들리는 열매를 푸짐하게 달고 있어. 손에 쥐면 바스러지는 열매들이 쌩쌩 부는 찬 겨울바람을 어찌 견디나 싶은 생각이 들지.

가죽나무 열매는 처음에는 푸른색을 띠고, 점차 붉어지다가 밤색으로 여물어. 프로펠러 날개처럼 생긴 열매 한가운데는 씨앗이 하나씩 박혀 있어. 날개처럼 생긴 덕분에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갈 수 있단다. 바람 불어 떨어질 땐, 씨앗을 축으로 열매가 빙그르르 돌면서 떨어져.

가죽나무.
/그림=공혜진(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겨울 열매')
가죽나무는 '가짜 죽나무'란 뜻이야. 참죽나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나물을 해 먹으면 참죽나무처럼 맛있지 않다는 뜻이지. 가죽나무는 척박한 땅이나 대기오염에도 잘 견뎌서 도시 곳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어. 가죽나무를 한번 눈에 익혀 두면 다음부턴 찾기 쉬워. 가지 양쪽으로 길쭉한 잎이 어긋난 모양이 눈에 확 띄거든.

잎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 잎 아래쪽에 양쪽으로 살짝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 튀어나온 부분 끝에 바늘로 뚫어놓은 듯 작은 구멍이 있지. 거기서 가죽나무 특유의 냄새가 가장 진하게 나. 어떤 사람은 냄새가 역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구수한 누룽지 사탕 냄새가 난대. 하여튼 냄새가 고약하기만 한 건 아니란다. 가죽나무 잎을 먹고 자라는 누에도 있는걸. 가죽나무 누에는 자줏빛을 띤 갈색 고치를 지어. 또 가죽나무는 나이테가 선명하고 무늬가 아름다워서 가구를 만드는 데도 쓴다고 해.



박윤선 생태 교육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