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노박덩굴, 겨울 숲을 화려하게 장식해주죠

입력 : 2013.12.26 05:33 | 수정 : 2013.12.26 08:38
어제는 크리스마스였어. 지금도 여기저기서 캐럴이 들리지? 거리도 갖가지 모양과 색깔의 전등 장식으로 화려함을 뽐내고 있어. 그런데 말이야. 혹시 이맘때쯤 겨울 숲을 본 적 있니? 겨울이 되면 나무에 앙상한 가지만 남아 숲은 캄캄하고 조용해져. 하지만 실망하긴 아직 일러.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보면 겨울 숲에서도 아름다운 것을 많이 발견할 수 있거든.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겨울 숲이 뭐가 아름다우냐고? 나뭇가지는 볼품없지만, 조롱조롱 매달린 겨울 열매들은 그렇지 않단다. 빨강, 보라, 노랑, 검정…. 얼마나 알록달록 고운지 몰라. 그 가운데 노박덩굴 열매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못지않게 곱지. 셋으로 갈라진 노란 열매껍질도 곱고, 그 안에 든 붉은 속살은 겨울 숲을 곱게 만든단다.

노박덩굴.
/그림=공혜진(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겨울열매')
노박덩굴은 칡이나 등나무처럼 길게 뻗어나가면서 다른 나무를 감고 오르는 덩굴나무야. 햇볕을 더 잘 받으려고 다른 나무를 타고 오르지. 우리나라 산이나 들에서 흔히 볼 수 있어. 나뭇잎과 열매가 초록빛인 봄여름엔 잘 보이지 않다가 10월에 열매가 노랗게 익으면서 눈에 띄기 시작해. 5월에 피는 꽃도 노란빛을 띤 녹색에 가까워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꽃이 핀 줄도 모를 거야. 꽃이 작고 수수하다고 무시하면 안 돼. 그 꽃이 남긴 주홍빛 열매는 집에 가져가고 싶을 만큼 고우니까. 노박덩굴 열매는 왜 그렇게 예쁜 걸까? 아마 새들 눈에 잘 띄려고 그럴 거야. 새가 와서 열매를 먹어야 씨앗이 멀리멀리 퍼져 나갈 수 있거든.

노박덩굴의 줄기와 뿌리, 열매, 잎은 모두 약으로 쓰인단다. 어린잎은 나물로 먹고, 씨앗으론 기름을 짜고, 나무껍질로는 실을 뽑아 쓸 수도 있으니 정말 버릴 것이 하나도 없지? 그뿐이 아니야. 노박덩굴 열매가 달린 마른 줄기를 동그랗게 엮어 봐. 새 둥지 모양의 예쁜 장식이 된단다.

박윤선 | 생태교육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