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여행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는 한여름

입력 : 2013.12.04 05:22 | 수정 : 2013.12.04 08:53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따뜻한 남쪽 나라'가 그리워집니다. 곧 크리스마스도 다가오지요. '크리스마스' 하면 하얀 눈과 붉은 털옷을 입은 산타 할아버지가 생각나지요?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여름인 나라도 많아요. 뉴질랜드도 그런 나라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 추운 겨울이 찾아왔을 때 더욱 가보고 싶은 나라 '뉴질랜드'로 찾아가볼게요.

뉴질랜드는 면적이 한반도의 1.2배인데 인구는 450만명 정도밖에 안 돼요. 서울 인구의 절반이 채 안 되는 셈이에요. 서울의 400배쯤 넓은 땅에 서울 인구의 절반이 산다니 부럽지요?

뉴질랜드의 오클랜드는 요트의 도시로도 불리지요. 항구에는 수많은 요트가 모여있어 마치 요트 마을을 보는 것 같아요
뉴질랜드의 오클랜드는 요트의 도시로도 불리지요. 항구에는 수많은 요트가 모여있어 마치 요트 마을을 보는 것 같아요. /Corbis/토픽이미지
기록된 뉴질랜드의 역사는 네덜란드인과 영국인이 정착한 1600년대부터 약 400년 남짓이지만, 원주민 마오리족이 이 땅에 산 지는 1000년이 넘었다고 해요. 뉴질랜드는 남섬과 북섬으로 구분되는데, 웰링턴과 오클랜드 등 유명 도시들이 자리잡은 북섬은 화산 지형으로 되어 있어요. 현재 수도는 웰링턴이지만 1865년까지는 오클랜드가 뉴질랜드의 수도였지요. 오클랜드에서 조금 떨어진, 북섬 중앙에 있는 로터루아는 지역 전체가 거대한 찜질방 같은 화산 지형이에요. 온돌처럼 따뜻한 바위 사이로 여기저기서 수증기가 피어오른답니다. 푹 찌는 공기를 타고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고요. 일정 기간을 두고 주기적으로 분출하는 온천을 '간헐천'이라고 하는데, 뉴질랜드의 포후투 간헐천은 마오리족 언어로 '대폭발'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1시간에 한 번꼴로 거대한 분수처럼 뿜어대지요.

로터루아 외곽의 와이오타푸는 뉴질랜드에서 손꼽히는 화려한 화산지대입니다. 이곳의 간헐천은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다채로운 색깔을 띠고 있어 '예술가의 팔레트', '샴페인의 풀', '악마의 잉크' 등 여러 별명이 붙었답니다. 다양한 광물질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물 색깔이 이렇게 아름답다고 합니다.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이에요. 남성들은 얼굴에 문신을 하지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이에요. 남성들은 얼굴에 문신을 하지요. /Corbis/토픽이미지
로터루아 시내의 마오리족 마을에 들어가려면 그들의 의식을 따라야 합니다. 관광객을 맞는 마오리족은 처음엔 경계하는 몸짓을 해요. 이때 방문객 중 한 사람이 꽃다발을 건네며 '친해지자'는 표현을 하면, 마오리족은 표정을 환하게 바꾸고 환영의 축제를 열어주는 식이에요.

얼굴과 몸에 독특한 문신과 장식을 하고, 다소 격하면서 힘 있는 동작으로 춤을 추는 원주민들의 모습은 현대적인 도시 오클랜드가 주는 인상과 대조적입니다. 마오리족은 각종 고기와 감자 등을 땅에 묻고서 화산 지형의 지열을 이용해 쪄 먹는가 하면, 나무 조각상을 만들어 종족을 보호해달라고 기원하지요. 과거의 생활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셈이에요. 오늘날 뉴질랜드의 풍요로움은 수백년 전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을 극복한 역사 덕분이라고 해요. 이제는 서로 문화를 지켜주고 배려하며 공존하고 있거든요. 아름다운 바다와 뜨거운 화산 같은 사랑이 뉴질랜드에서 느껴지는 이유도 그래서일 거예요. 크리스마스가 여름이라는 사실이 뉴질랜드엔 왠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지요?
황수진 | 교원 올스토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