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읍시다

"기존 이론의 문제점 알았을 때 과학혁명이 발생한다"

입력 : 2013.11.04 07:48
※다음은 토머스 쿤'과학혁명의 구조' 원문 중 일부를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풀어쓴 글입니다. 본문을 읽고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보세요.


조각그림 맞추기(퍼즐)를 완성하는 것은 그저 그림 하나를 만드는 게 아니다. 어린아이든 최고의 예술가든 흩어져 있는 조각들을 자기 마음대로 놓아 그림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어쩌면 이렇게 만든 그림이 원래의 퍼즐을 완성한 것보다 더 멋질 수도 있다. 더 창의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그림은 퍼즐의 답이 아니다. 흩어진 조각 전부를 사용해 빈틈없이 꼭 들어맞도록 퍼즐의 그림을 완성하는 게 답이다.

쿤은 어떤 시대의 사람들이 거의 예외 없이 받아들이는 과학 이론을 '정상(正常) 과학'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정상 과학과 더불어 이를 따르는 각종 이론과 실험 방법 등을 통틀어 패러다임이라고 했지요. 그는 정상 과학에서의 활동을 퍼즐 맞추기에 빗대 설명했어요. 퍼즐 맞추기에 규칙이 있는 것처럼 정상 과학 시대에 과학자들은 기존의 중심 이론(패러다임)을 따른다는 거예요. 이미 널리 받아들여진 중심 이론을 벗어나지 않아야 자기 연구가 제대로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퍼즐 맞추기를 시작하기 전에 '완성된 그림'을 미리 보고 머릿속에 떠올리며 퍼즐 게임을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토머스 쿤.
토머스 쿤은 과학 발전이 기존 중심 이론에 맞서는 새로운 이론의 등장으로, 마치 혁명처럼 이뤄진다고 말했어요. 그의 이런 주장은 과학뿐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도 확산돼 지금도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Getty Images 멀티비츠
정치적 발전과 과학의 발전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과학에서도 '혁명'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치혁명은 기존 제도가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시작된다. 이와 비슷하게 과학혁명도 기존 패러다임이 더 이상 자연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가 커지면서 비롯된다. 기존 제도나 패러다임의 기능적 결함을 깨닫는 것, 이것을 정치적 발전이나 과학적 발전 과정에서 두루 혁명의 선행 조건으로 꼽는다.

쿤은 옛 패러다임이 새 패러다임으로 바뀌는 것을 '과학혁명'이라고 했어요. 정치에서 자주 쓰이는 '혁명'이라는 말을 그가 과학에 사용한 이유는 뭘까요. 그는 과학의 발전 과정에서의 변화가 정치에서의 혁명과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요. 정치혁명 이후엔 이전의 각종 제도를 없애고 새로운 제도를 세워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지요. 과학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기존의 과학 이론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자연현상을 해석하지 못할 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과학적 패러다임이 등장하면 옛것은 사라지잖아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을 오늘날 더 이상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에요. 쿤은 과학적 지식이 점차 쌓여가면서 과학의 발전을 낳는 게 아니라고 했어요.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던 중심 이론이 도전을 받아 위기에 몰린 뒤, 새로운 이론에 자리를 내주는 과정에서 과학이 발전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혁명이라는 말을 썼다고 해요.

과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패러다임이 변화할 때 세계도 변화한다고 주장하려 할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과학자들이 새로운 도구를 선택해 새 영역을 들여다보도록 이끈다. 또 과학혁명의 기간에 과학자들은 기존의 도구를 사용하면서도 새롭고 색다른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친숙한 대상들마저 새로운 대상과 섞여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패러다임의 변화는 과학자들이 연구 활동의 세계를 달리 보도록 만든다.

여러분의 관심 분야는 무엇인가요? 자신 있는 분야라서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의심해본 적이 없을 거예요. 하지만 때로는 여러분의 관심 분야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처음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렇게 익숙한 것들을 달리 보려 애쓰다 보면 새롭게 배우는 것도 많을 거예요.

김남준 | 어린이 교양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