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책 제목 '에세'에서 '에세이' 유래했죠
입력 : 2026.11.05 03:30
몽테뉴 수상록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손우성 옮김|출판사 동서문화사|가격 3만9000원
물론 정말 읽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자신의 책에 대단한 진리나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내세우지 않겠다는 의미예요. 그가 책의 주제로 삼은 것은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기억력은 왜 이토록 형편없는지, 생각은 왜 자꾸 바뀌는지까지 숨김없이 기록했습니다. 수상록(隨想錄)은 '그때그때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을 적은 글'이라는 뜻입니다. 16세기에 이렇게 평범하고 모순 많은 한 개인의 생각과 생활을 책 한가운데에 놓은 것은 매우 새로운 일이었습니다.
책의 원래 제목인 '에세(Essais)'는 프랑스어로 '시도'나 '시험'을 뜻합니다. 몽테뉴는 어떤 문제에 정답을 내려주기보다 이런 생각도 해 보고 저런 생각도 해 보며 자신의 판단을 끊임없이 시험했습니다. '에세'에서 유래한 말이 에세이입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내는 '에세이'라는 글쓰기의 출발점으로 '수상록'이 꼽히지요. 1580년 처음 세상에 나온 뒤 몽테뉴가 죽을 때까지 고치고 덧붙인 이 책은 셰익스피어와 파스칼을 비롯한 수많은 작가와 사상가에게 영향을 주었고, 400년 넘게 서양의 대표적인 고전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이 독특한 책은 상실에서 시작됐습니다. 법관이던 몽테뉴는 가장 가까운 친구와 아버지, 동생을 잇따라 잃은 뒤 1571년 관직에서 물러나 성의 탑에 서재를 꾸몄습니다. 그런데 막상 한가해지자 머릿속은 온갖 엉뚱한 공상을 쏟아냈습니다. 몽테뉴는 그 생각들을 들여다보려고 글로 적기 시작했고, 그 글이 모여 책이 됐습니다. 잠과 냄새, 엄지손가락 이야기까지 그의 관심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지요. 그는 "나는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이야기할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책을 꿰뚫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아는가?"입니다. 그가 살던 시대는 가톨릭과 개신교가 저마다 자기 믿음만 옳다며 서로를 죽이던 종교 전쟁의 한복판이었습니다. 모두가 확신에 차 있을 때, 그는 자신의 앎부터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판단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자 그의 눈은 다른 사람에게로 향했습니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야만인이라 부르던 때, 그는 "누구나 자기 나라에서 쓰지 않는 것은 모두 야만이라 부른다"고 꼬집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자기 이야기를 많이 씁니다. 소셜 미디어에는 매일 수많은 '나'가 올라오지만, 대부분은 가장 잘 나온 순간의 나입니다. 우리는 정말 스스로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시간이 흘러도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질문은 오래 곱씹어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