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부모님 앞에선 트림·하품 하지 말아야" 학업보다 예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대요
입력 : 2026.11.02 03:30
소학
조선 시대 학생들은 기본적인 한문을 익힌 다음 '소학(小學)'을 배웠습니다. 12세기 중국 송나라 유학자 주자(주희)와 유청지가 엮은 책이지요. 유교 경서와 역사 등 다양한 책에서 가려 뽑은 글과 일화를 소개하고 해설합니다. 소학 '소(小)'는 '작다' '어리다' '기초적이다' 등의 뜻을 담고 있죠. 소학은 나이 어린 사람의 기초적인 배움을 뜻합니다.
기초적이라는 것은 쉽다는 뜻이 아니라, 먼저 다져 놓아야 할 밑바탕이라는 뜻입니다. 밑바탕은 어떤 걸까요? 주자는 소학의 서문에서 물 뿌리고 청소하며, 남의 말에 예절 바르게 응대하고, 집에 들어와서는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손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익혀야 할까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한 뒤 옷을 입고 침구를 정리한 후 방과 마루, 뜰에 물을 뿌리고 청소를 합니다. 그런 다음 부모님을 찾아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문안 인사를 드립니다. 부모님 앞에서는 트림, 하품, 기침, 기지개 등을 하지 말아야 하고 침을 뱉거나 코를 풀어서도 안 됩니다. 외출할 때는 부모님께 어디를 다녀올 것인지 말씀드리고, 집에 돌아온 다음에는 부모님을 뵙고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소학은 사소한 몸가짐까지 조언합니다. 고함을 쳐서 대답하지 말아야 하고 곁눈질하여 흘겨보지 말아야 하며, 걸어 다닐 때는 으스대는 자세를 취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쪽 다리에만 의지해 비스듬히 서지 말아야 하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려서는 안 됩니다. 남의 신발이나 남이 앉는 자리를 밟지 않아야 하며, 시선은 상대방의 얼굴 위나 허리띠 아래로 두지 않는 것이 예의입니다.
그런데 공부는 언제 하지요? 책 읽는 것만이 공부가 아닙니다. 아침에 깨어 밤에 잠들 때까지 겪는 모든 일, 하는 행동과 말이 다 공부입니다. 배움의 기초인 소학의 내용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서, 시간이 남거든 글 읽는 공부를 하라는 것입니다.
공자의 가르침을 받은 증자의 제자 중 공명선이라는 사람은 3년 동안 글을 읽지 않았습니다. 스승 증자가 물었답니다. "내 문하에 있은 지 3년인데, 왜 배우지 않느냐?" 이에 공명선이 답했습니다. "어찌 감히 배우지 않겠습니까. 선생님이 뜰에 계실 때, 손님을 접대하실 때, 조정에 계실 때 선생님이 어떻게 하시는지 눈여겨보고 배웠습니다."
소학은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이들에게 배움의 본질이 남보다 많은 지식이나 뛰어난 능력이 아닌, 올바른 행동과 부끄러움 없는 삶임을 일깨웁니다. 다음은 소학에 실려 있는 학자 사마온공의 말입니다. "나는 남보다 뛰어난 점이 없다. 다만 내가 평생토록 한 일 중에는 남에게 말 못할 것이 없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