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노벨 화학상] 미세한 차이가 큰 변화로… 화학계가 100년 고민한 난제는?
입력 : 2026.10.27 03:30
[2026 노벨상] <5> 화학상
2026년 노벨 화학상은 앙리 카강(95) 프랑스 파리쉬드대(현 파리사클레대) 명예교수와 소아이 겐소(76) 일본 도쿄이과대 명예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하이너 링케 노벨 화학위원회 위원장은 "100년 넘게 이어져 온 화학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고 말했는데요. 간단하게 요약하면 우리 생명에 중요한 분자가 어떻게 한쪽 형태만 갖게 됐는지 이해하는 실마리를 준 연구라고 해요. 오늘은 과학자들이 100년 넘게 풀지 못했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이 두 교수의 연구는 어떤 것이었는지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같아 보이지만 서로 다른 양손
먼저 우리의 왼손과 오른손을 떠올려 보세요. 손가락 다섯 개가 달린 모습이 똑같아요. 손바닥을 맞대는 식으로는 양손을 겹칠 수 있지만, 양 손바닥이 모두 위 또는 아래를 향한 상태로는 완전히 겹쳐지지 않습니다. 양손을 어떻게 돌려도 안 됩니다. 분자에서도 이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 있는 대부분의 물질은 원자가 결합한 분자들로 이뤄져 있는데, 분자는 물질의 화학적 성질을 지닌 가장 작은 입자예요. 그런데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의 종류와 개수, 연결 방식은 모두 똑같지만, 원자들이 놓인 모양이나 방향이 거울에 비친 손의 모습처럼 다른 경우가 있답니다. 이를 '거울상 이성질체'라고 해요. 이런 특징을 '카이랄성(chirality)'이라고 하는데, '손'을 뜻하는 그리스어 '케이르'에서 유래한 말이에요.
같아 보이지만 서로 다른 양손
먼저 우리의 왼손과 오른손을 떠올려 보세요. 손가락 다섯 개가 달린 모습이 똑같아요. 손바닥을 맞대는 식으로는 양손을 겹칠 수 있지만, 양 손바닥이 모두 위 또는 아래를 향한 상태로는 완전히 겹쳐지지 않습니다. 양손을 어떻게 돌려도 안 됩니다. 분자에서도 이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 있는 대부분의 물질은 원자가 결합한 분자들로 이뤄져 있는데, 분자는 물질의 화학적 성질을 지닌 가장 작은 입자예요. 그런데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의 종류와 개수, 연결 방식은 모두 똑같지만, 원자들이 놓인 모양이나 방향이 거울에 비친 손의 모습처럼 다른 경우가 있답니다. 이를 '거울상 이성질체'라고 해요. 이런 특징을 '카이랄성(chirality)'이라고 하는데, '손'을 뜻하는 그리스어 '케이르'에서 유래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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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 진봉기
대표적인 거울상 이성질체가 바로 아미노산이에요. 아미노산은 우리 몸의 근육과 장기 등을 이루는 단백질의 재료입니다. 아미노산은 크게 L형(왼손형)과 D형(오른손형)으로 구분합니다. 왼쪽을 뜻하는 라틴어 '레부스(laevus)'와 오른쪽을 뜻하는 '덱스테르(dexter)'에서 각각 따왔어요.
그런데 독특한 점이 있어요. 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아미노산은 20종인데, 이 중 19종이 L형과 D형으로 나뉘어요. 우리 몸에서는 특히 L형 아미노산을 사용해 단백질을 만든대요.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런 현상을 수수께끼로 여겼어요. 왜일까요? 실험실에서 거울상 이성질체를 만드는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 L형과 D형이 대체로 같은 양으로 만들어지거든요. 그런데 생명체에서는 한쪽 형태의 분자만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아미노산에선 L형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에요. 과학자들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 원인을 밝히고 싶어 했지만, 이 문제는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 있었어요.
작은 차이가 크게 증폭돼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낸 사람이 카강 교수예요. 카강 교수 연구진은 화학 반응을 돕는 물질인 '촉매'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한쪽 형태가 조금 더 많으면 최종 결과물에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1986년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예를 들어 촉매를 만드는 분자 중 L형이 75%, D형이 25%라고 해 볼게요. 자유롭게 이성질체와 결합할 수 있는 '금속 이온' 하나에 분자 두 개가 붙어 촉매가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무작위로 결합한다고 하면 'L형-L형' 촉매는 56.25%가 만들어집니다. 0.75와 0.75를 곱한 값이 0.5625니까요. 같은 방식으로 'D형-D형'은 6.25%(0.25×0.25)만 만들어지고, 'L형-D형'은 나머지인 37.5%입니다. 그런데 연구진은 서로 다른 형끼리 짝을 이룬 'L형-D형' 복합체가 안정적이어서 촉매 활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반응을 돕는 촉매 중에선 'L형-L형'의 비율이 훨씬 높아집니다. 6.25%의 9배가 56.25%이니, 'L형-L형'과 'D형-D형'의 비율은 9대1입니다.
정리하면 촉매를 만든 분자는 L형 75%, D형 25%였지만, 두 촉매가 같은 빠르기로 반응한다면 최종 생성물은 각각 90%, 10%로 차이가 벌어지는 겁니다. 이런 현상을 '비선형 효과'라고 합니다.
그다음 중요한 발견을 한 사람은 소아이 교수입니다. 1995년 그는 거울상 분자가 자신과 같은 형태의 분자를 만드는 반응을 다시 촉진해, 한쪽 형태가 점점 늘어나는 반응을 발견했어요. 이를 '비대칭 자가 촉매 반응'이라고 합니다. 처음에 L형 분자가 D형보다 아주 조금 더 많았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런데 L형이 화학 반응을 도와 자신과 같은 L형이 더 많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겁니다. 이후 소아이 교수 연구진의 실험에서는 한쪽 분자가 불과 0.00005%만큼 더 많았던 상태에서 시작해, 세 차례 반응을 거친 뒤에는 한쪽 형태가 99.5% 이상을 차지하게 됐어요.
신약 개발의 실마리
작은 차이가 화학 반응을 거치며 크게 증폭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두 과학자의 발견은 왜 중요할까요? 대표적으로 의약품을 만드는 데 중요합니다. 열쇠공에 빗대 볼게요. 그의 기계에선 비슷해 보이지만 왼손과 오른손이 다른 것처럼 거울 관계인 두 열쇠가 만들어진다고 가정해 봅시다. 한 열쇠는 자물쇠를 열 수 있지만 다른 하나는 열지 못하고, 억지로 넣으면 자물쇠를 망가뜨릴 수도 있어요. 거울상 분자도 비슷합니다. 우리 몸에서 서로 다르게 작용할 수 있어요. 한쪽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다른 쪽은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죠.
따라서 실험실에서는 필요한 형태의 분자만 골라 만드는 '비대칭 합성'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면 불필요한 물질을 분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어요.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는 비대칭 합성에서 작은 차이가 어떻게 큰 차이로 이어지는지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생명체가 한쪽 형태의 분자를 선택적으로 사용하게 된 과정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찾으면서, 더욱 효율적인 화학 합성법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을 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