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우주 바라보며 지구 미래 고민한 천문학자… 과학•종교가 힘 합쳐 지구 지켜야 한대요
입력 : 2026.10.26 03:30
에필로그
칼 세이건 지음|김한영 옮김|출판사 사이언스북스|가격 1만6500원
책의 영어 제목은 '빌리언스 앤드 빌리언스(Billions & Billions)'입니다. 우리말로는 '수십억, 또 수십억'으로 풀어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상상하기 힘들 만큼 거대한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하기 위해 '지수적 증가'를 이야기합니다. 이전 값에 계속 2를 곱해 나가면 숫자가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커진다는 뜻이지요. 예컨대 15분마다 두 배로 늘어나는 박테리아는 한 시간 뒤에는 처음의 16배, 하루 뒤에는 2의 96제곱 배라는 우주적인 단위의 숫자로 불어납니다. 저자는 이처럼 눈앞의 작은 변화에 속지 않고 세상의 복잡한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수학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눈대중이 아닌 숫자로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는 능력, 이것이 바로 현대인에게 수학이 필요한 이유라는 것이죠.
우주에는 지적인 생명체가 또 존재할까? 세이건이 택한 가장 흥미로운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직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발견된다면 우주와 인간을 보는 관점이 결정적으로 변하겠지요. 세이건은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탐사한 뒤에도 아무 증거를 찾지 못하면, 지구에 있는 생명의 소중함과 희소성을 깨닫게 될 것이니 탐사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세이건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화석 연료 의존도를 지금의 절반 이상 줄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세계 모든 국가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든 어떤 환경 문제든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 그는 오랜 세월 갈등해왔던 과학과 종교가 환경 위기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과학자들은 1990년 '과학과 종교의 공동 결의를 위한 호소문'을 종교 지도자들에게 보냈습니다. '지구 환경 보호에는 신성함을 볼 줄 아는 통찰력과 함께 과학과 기술에 대한 깊고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호소였지요. '지구는 우리 모두가 깊은 관심과 사랑을 기울여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점에 과학과 종교의 의견은 일치합니다.
세이건은 '에필로그'의 마지막 장을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에 썼습니다. 그는 병마와 싸우는 자신이, 타인을 위하는 사람들의 호의와 선함 덕분에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선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떠올리며 다시 용기를 냈습니다. 세이건은 우주의 놀라운 구조를 살피고 자연 속의 이성적인 부분을 이해하려 애쓴 자신의 삶에 만족한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