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새로운 외투 사 입자마자 달라진 대접, 사람보다 겉모습 보는 세상 꼬집었죠

입력 : 2026.10.22 03:30

외투

[꼭 읽어야하는 고전] 새로운 외투 사 입자마자 달라진 대접, 사람보다 겉모습 보는 세상 꼬집었죠
니콜라이 고골 지음|조주관 옮김|출판사 민음사|가격 8800원

겨울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두꺼운 패딩을 꺼냅니다. 추위를 막으려고 입는 옷이지만, 누가 어떤 브랜드를 입었는지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도 하지요. 러시아의 대문호 니콜라이 고골은 외투 한 벌 때문에 삶이 달라진 사람을 소설로 썼습니다. 1842년 발표한 '외투'의 주인공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입니다.

아카키는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관청에서 서류를 베껴 쓰는 가난한 하급 관리입니다. 일을 사랑했지만 직장에서 늘 무시당했습니다. 수위들은 그가 지나가도 파리를 보듯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젊은 동료들은 머리에 종잇조각을 뿌리며 놀렸습니다. 아카키는 "왜 나를 괴롭히는 겁니까?"라고 조용히 말할 뿐이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은 혹독했습니다. 이곳에서 외투는 멋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아카키의 외투는 등과 어깨가 비칠 만큼 해져 더는 고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새 외투를 맞추려면 두 달 치가 넘는 월급이 필요했습니다. 아카키는 몇 년간 모은 돈에 생활비까지 아껴 보탰습니다.

마침내 새 외투를 입고 출근하자, 그동안 아카키를 놀리던 동료들이 몰려와 축하하고 저녁 모임에도 부릅니다. 어제와 똑같은 사람인데 옷 하나가 바뀌자 대접이 달라진 것입니다. 하지만 모임에서 사람들은 외투를 한바탕 구경한 뒤 곧 아카키를 내버려 둔 채 카드놀이로 돌아갑니다. 관심을 받은 것은 아카키 자신보다 번듯한 새 외투였던 셈입니다.

행복은 하루도 가지 못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강도들이 외투를 빼앗아 간 것입니다. 경찰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 아카키는 마지막으로 한 고위 관리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관리는 사정을 듣기보다 호통부터 칩니다. 저자인 고골은 이 관리가 권위를 과시하려고 아카키를 일부러 기다리게 하고, 엄한 목소리까지 거울 앞에서 연습했다고 익살스럽게 묘사합니다.

호되게 꾸중을 듣고 눈보라를 뚫고 집으로 돌아온 아카키는 열병에 걸려 죽습니다. 그런데 기묘한 일이 일어납니다. 밤마다 아카키를 닮은 유령이 나타나 사람들의 외투를 벗겨 가더니, 마침내 자신을 꾸짖었던 고위 관리의 외투까지 빼앗습니다. 그 뒤로 고위 관리는 부하들에게 호통을 줄이고 그들의 사정을 먼저 듣게 됩니다.

고골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힘없는 하급 관리의 삶을 문학의 한가운데에 세웠습니다.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라는 말이 러시아 문학계에서 널리 인용될 만큼 후대에 큰 영향을 남겼습니다. 180년이 지난 지금도 '외투'는 낯설지 않습니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성적이나 소셜 미디어 팔로어 수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에 따라 대접이 쉽게 달라지는 걸 일상에서 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진혁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