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백성의 고통 살피고 신상필벌 체계 갖춰라" 정약용이 남긴 지방 관리들의 지침서예요
입력 : 2026.10.19 03:30
정선 목민심서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쓴 '목민심서(牧民心書·1818)'는 지방 관리의 올바른 도리와 바람직한 업무 방법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제목의 '목민'은 백성을 다스리고 보살핀다는 뜻입니다. 마음속 생각을 적은 책이라는 뜻의 '심서'는 정약용 자신이 목민할 마음은 있으나 관직에서 물러나 있으니 실행할 수는 없기에 쓴 말입니다. 정약용은 경기도 암행어사, 황해도 곡산 부사(府使)로 일한 적 있고 전남 강진에서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습니다. '목민심서'는 그런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정약용은 이익을 얻기 위해 개인적으로 부탁하는 청탁을 철저히 물리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친척이나 친구가 관리 자신이 다스리는 고을이나 이웃 고을에 살더라도, 초청하기 전에는 절대로 오지 말도록 해야 합니다. 편지도 급하고 중요한 일을 알려야 할 때만 짧게 주고받아야 하며, 풀로 봉하지 말고 공개적으로 보내야 합니다. 화재나 수재가 일어나면 내 집이 불타고 내가 물에 빠진 것처럼 여기고 대응을 조금도 늦춰서는 안 됩니다. 재난은 예방이 중요합니다. 제방과 보를 쌓아 수재를 예방하고, 수해 예상 지역 백성들을 미리 높은 곳으로 옮겨야 합니다.
보고서 작성법을 비롯해 관리가 일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 줍니다. 폐단을 고칠 것을 요구하거나 잘못된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는 보고서, 재판의 판결에 관한 보고서는 관리가 직접 써야 합니다. 업무를 대충 파악만 하고 작은 일은 부하에게 맡기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상사에게 보고한 것과 백성들에게 전한 명령은 각각 책자로 만들어 곁에 두고 참고합니다.
실무를 담당하는 아전들의 공과를 평가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책자 하나를 마련해 한 장에 한 명씩 이름을 써서 공적과 잘못을 기록합니다. 잘못은 저지를 때마다 합당한 벌을 줍니다. 공적은 연말에 9등급으로 구분해 상위 3등급에 든 자는 새해에 중요한 직책에 임명하고 하위 3등급에 든 자는 1년 동안 임무를 주지 않습니다.
'목민심서'의 바탕은 백성을 아끼고 위하는 애민(愛民)입니다. 관리는 상사와 임금을 속일 수 있어도 백성은 속일 수 없습니다. 관리의 털끝만 한 거짓도 백성은 모르는 것이 없으므로, 관리가 자신의 잘못을 파악하려면 백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수령은 때때로 마을과 들판을 돌아다니면서 백성들의 고통을 살피고 원하는 바를 물어 정성껏 그 뜻을 이루게 해주어야 합니다.
정약용은 조선을 개혁하지 않으면 백성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고, 나라도 쇠약해진다고 보았습니다. 개혁은 제도나 조직을 새롭게 고치는 것입니다. '목민심서'를 비롯한 정약용의 많은 저서들은 무엇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 제시하는 개혁안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개혁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조선과 그 백성들은 그가 걱정했던 상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