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기후 위기가 만든 새로운 바닷길… 유럽 가는 시간 30% 줄여준대요

입력 : 2026.10.15 03:30

북극 항로

Q. 지난 11일 북극 항로를 시험 운항한 컨테이너선이 부산으로 돌아왔다는 뉴스를 보았어요. 북극 항로가 무엇이고, 이 길이 열리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북극 항로는 북극해를 가로질러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장 짧은 뱃길입니다. 아시아에서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길은 약 2만㎞인데, 북극 항로의 길이는 약 1만 3000㎞에 불과해요. 우리가 흔히 보는 평면형 세계지도에서는 이 길이 잘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둥근 지구본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북극해를 가로질러 두 대륙을 잇는 길이 보이죠.

그래픽= 김의균
▲ 그래픽= 김의균
오랫동안 이 길은 북극해를 덮은 해빙에 막혀 있었어요. 쇄빙선이 앞장서 얼음을 깨 줘야 겨우 화물선이 지날 수 있었죠.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선체를 보강한 배만으로도 여름부터 가을까지 넉 달 남짓 북극 항로를 오갈 수 있게 됐어요. 인류가 만든 기후 위기가 역설적으로 새 뱃길을 열어준 셈이죠.

북극 항로가 새로 열리면 경제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기업들이 화물을 빠르게 운반할 수 있어요. 이번에 시험 운항을 한 팬스타 아크로호는 8월 22일 부산에서 출발해, 22일 만인 지난달 13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닿았어요. 이후 폴란드로 이동했고, 19일 한국으로 출발해 다시 22일 만에 부산에 도착한 겁니다. 기존 항로로는 편도로 한 달 넘게 걸리는데, 시간을 열흘 가까이 앞당긴 거예요. '시간이 곧 돈'이라는 말이 있죠? 화물이 바다 위에 떠 있는 시간이 길수록 돈도 더 듭니다. 그러니 화물을 맡기는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면 돈을 버는 셈이랍니다. 운송하는 회사도 줄어든 거리만큼 연료를 아낄 수 있고요.

우리 정부와 부산시는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어요. 북극 항로가 열리면 부산항이 유럽행 화물이 모이는 물류 거점이 될 가능성이 있거든요. 지금 유럽으로 가는 배들은 보통 중국 남부를 거쳐 인도양으로 빠져나가는데요.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유럽으로 가는 길이 동북아에서 시작돼요. 만약 부산항이 경쟁 항구들을 제치고 새 거점이 된다면 화물을 싣거나 내리고, 연료를 넣고, 배를 수리하는 등 수많은 일감이 따라올 거예요.

다만 이 길이 상업 노선으로 자리 잡으려면 따져볼 게 많아요. 기존 뱃길보다 사고 위험이 큰 만큼 보험료가 비싸고, 러시아 해역을 지날 때는 통행료까지 내야 해요. 넉 달 남짓만 뱃길이 열리는 것도 문제예요. 일 년에 넉 달만 장사하는 가게에 단골이 붙기 어렵듯, 기업들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뱃길로 화물을 정기적으로 보내기는 어렵거든요. 수심이 얕아 큰 배가 지날 수 없고, 완전히 녹지 않은 얼음을 피하느라 배가 예정보다 늦게 도착할 수도 있습니다.
연유진 '기술이 바꾼 일상의 역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