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식물 줄기로 흰개미 사냥하는 침팬지 발견… '인간만이 도구를 쓴다'는 생각 깨졌어요
입력 : 2026.10.12 03:30
희망의 이유
제인 구달 지음|박순영 옮김|출판사 김영사|가격 1만8800원
그는 침팬지 무리를 연구하기로 결심하고, 1960년부터 아프리카 탄자니아 서부의 곰베 지역에서 침팬지 무리를 관찰했습니다. 구달은 그레이비어드(Greybeard), 우리말로 '회색 턱수염'이라 이름 붙여준 어른 수컷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레이비어드는 작은 가지나 풀줄기를 주워 잎을 떼어내고 흰개미 둥지 구멍 속으로 찔러 넣었습니다. 그 풀줄기를 구멍에서 꺼낸 뒤, 매달려온 흰개미를 입안에 털어 넣었습니다. 인간이 도구를 만들어 쓰는 유일한 존재라는 생각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관찰 결과는 동물학계와 인류학계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구달의 관찰 결과, 침팬지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계획을 세웁니다. 필요에 따라 도구를 변형해 만듭니다. 의사소통을 위해 소리를 내고 다양한 자세와 몸짓을 합니다. 인간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거의 다를 바 없습니다. 이러한 관찰 결과를 정리해 제인 구달은 케임브리지대에서 동물행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침팬지와 인간의 비슷한 점들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구달이 말합니다. "인간이 합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을 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기쁨과 슬픔과 절망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덜 오만해질 수 있다. 다른 동물들을 존중의 눈으로 바라보는 겸손함을 얻을 수 있다."
구달은 서식지 오염과 파괴, 불법 사냥 등 여러 이유로 침팬지와 야생 동물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침팬지 숫자는 20세기 초 200만마리에서 1980년대에 15만마리로 줄었습니다. 의학 실험실에서 동물들이 처한 환경과 취급되는 방식도 충격적이었습니다. 구달은 침팬지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캠페인, 모금, 강연 활동을 펼쳤습니다. 동물 보호 구역 설치를 이끌어냈고 동물·의학 실험실을 방문해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희망의 이유'는 제인 구달의 자서전이지만 인류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구달은 어떤 말을 가장 간절하게 전하고 싶었을까요? 그는 먼저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고 경고합니다. 지구의 미래를 정말로 걱정한다면, 모든 문제를 자꾸 다른 이들에게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일의 세계를 구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 바로 당신과 나의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