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17만 신경세포 연결하자 게임?투자 별난 실험 잇따랐죠

입력 : 2026.10.06 03:30

초파리 뇌 지도

책상 위에 바나나를 잠깐 뒀을 뿐인데, 어느새 나타나 주변을 맴도는 초파리! 몸길이는 고작 2~3mm에 불과하지만, 그 작은 몸에는 약 17만개의 신경세포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요. 최근 과학자들은 이 연결을 하나하나 추적해 수컷 초파리의 '뇌 지도'를 완성했습니다. 그러자 이 뇌 지도를 이용해 게임을 하고, 가상화폐(비트코인) 투자까지 시도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가느다란 신경세포를 추적한 과학자들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자넬리아 연구소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수컷 초파리의 신경계 전체 지도를 공개했어요. 머릿속 뇌부터 몸으로 이어지는 신경을 하나하나 추적한 지도예요. 여기에는 16만6700개의 신경세포와 약 1억2500만개의 시냅스가 담겼습니다. 시냅스는 신경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 부위를 말해요.

이처럼 신경세포가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그린 지도를 '커넥톰(connectome)'이라고 합니다. 커넥톰을 보면 어떤 신경세포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그 길을 따라가 볼 수 있어요. 일종의 '뇌의 배선도'인 셈입니다.

이 배선도를 완성하려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느다란 신경세포의 연결을 끝까지 추적해야 합니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신경계를 아주 얇게 잘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뒤, 수많은 단면 사진을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입체적으로 이어 붙였어요. AI가 신경세포의 모양과 연결을 찾아내면 전문가들이 잘못된 부분을 직접 확인해 고쳤지요.

앞서 2024년에는 암컷 초파리의 뇌 지도가 먼저 공개됐어요. 이번에 수컷 지도까지 완성되면서 암수의 신경세포 연결을 나란히 비교할 수 있게 됐지요. 연구팀은 암수에 공통된 신경세포 종류뿐 아니라 구조가 다른 종류 138개도 찾아냈습니다. 또 수컷에서만 발견된 신경세포 종류는 289개, 암컷에서만 발견된 것은 71개였어요. 이런 차이는 감각이나 움직임을 담당하는 곳보다 여러 정보를 모아 처리하는 뇌의 중심부에서 더 많이 나타났습니다. 짝짓기처럼 암컷과 수컷이 다르게 행동하는 이유를 신경회로에서 찾아볼 단서가 생긴 거예요.

그래픽= 유재일
▲ 그래픽= 유재일
초파리 뇌로 게임을 한다?

뇌 지도에 담긴 신경세포의 연결을 컴퓨터에서 움직여 보는 색다른 시도가 시작됐어요. 컴퓨터에서 움직이려면 신경세포가 신호를 받았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규칙을 더해 줘야 합니다. 앞서 2024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연구팀 등은 이런 방법으로 초파리의 뇌가 작동하는 모습을 단순하게 흉내 낸 컴퓨터 모델을 만들었어요.

연구팀이 이 모델에 단맛을 느꼈다는 신호를 넣자, 신호는 여러 신경세포를 거쳐 먹는 행동과 관련된 운동 신경까지 이어졌습니다. 뇌의 연결을 알면 감각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길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26년 수컷 초파리의 신경 지도가 공개된 뒤에는 이 원리를 오락에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등장했어요. 각종 게임, 가상 자동차 운전까지 종류도 다양했지요. 과학자와 개발자들은 왜 완성된 뇌 지도로 게임 같은 색다른 실험을 하는 걸까요? 공개된 뇌 지도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예요.

그중 가상 공간에 블록을 쌓는 게임인 '마인크래프트' 속 초파리를 관찰해보면, 사과 같은 먹이에 닿으면 실제 초파리가 단맛을 느낄 때 활동하는 신경세포에 신호가 들어갑니다. 신호가 뇌의 연결을 따라 퍼져 먹는 행동과 관련된 신경세포까지 이어지지요. 걷거나 방향을 바꾸는 데 관여하는 신경세포가 반응하면, 이번에는 게임 속 초파리가 앞으로 가거나 방향을 틉니다. 움직일 때마다 주변 상황이 달라지고, 그에 맞춰 새로운 신호가 들어오면서 게임이 계속 이어져요.

다만 게임 속 초파리가 마인크래프트를 이해하고 스스로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 속 상황을 어떤 신호로 바꿀지, 신경세포의 반응을 어떤 행동으로 연결할지는 개발자가 정한 부분도 있어요. '초파리의 뇌 구조를 게임의 조종 장치로 활용해 본 것'에 가깝습니다.

초파리 뇌로 투자까지

초파리 뇌 지도로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별난 도전도 이어졌어요.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의 한 개발자는 초파리 신경망으로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스통크플라이(StonkFly)'를 만들었습니다. 100달러를 맡겨 비트코인을 거래하게 했어요. 신경망의 반응에 따라 '산다' '판다' '기다린다'를 선택하게 했지요.

돈의 가치를 전혀 모르는 초파리 뇌가 어떻게 투자를 할 수 있었을까요? 비결은 강아지를 훈련할 때 쓰는 '칭찬(보상 회로)' 방식에 있습니다. 투자로 수익을 내면 도파민과 관련된 신경세포에 보상 신호를 보내도록 만든 겁니다. 도파민은 동물이 보상을 기억하고 행동을 학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돈의 가치를 모르는 초파리 신경망에 '방금 선택은 괜찮았어!'라고 알려 주는 셈이지요. 이 개발자는 스통크플라이가 1달러의 수익을 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도전은 아직 실험 단계예요. 사람이 입력과 출력을 정해 줘야 합니다. 다만 공개된 뇌 지도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초파리의 뇌가 다음에는 어디에서 활약하게 될까요?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