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종교운동서 시작한 무장 세력, 예멘 수도까지 장악했죠

입력 : 2026.09.30 03:30

후티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예멘의 무장 세력 '후티'가 메카를 공격했다고 주장했어요. 사우디 서쪽에 있는 메카는 이슬람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성지(예언자 무함마드의 출생지)입니다. 사우디를 비롯한 여러 이슬람 국가는 후티의 메카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어요. 또 사우디는 후티가 발사한 탄도미사일, 드론을 요격했다고 발표하는 등 중동 지역 긴장감이 커졌습니다.

이 같은 중동 정세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데, 이는 석유 수송로 때문이에요.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기존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 통행이 위축되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이 바다인 홍해와 그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대체 항로로서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그런데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의 주요 도시를 장악하며 사우디를 압박하는 상황입니다. 대체 후티는 어떤 세력이기에 세계적 석유 부국인 사우디를 위협하는 걸까요?

후티는 누구인가?

후티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슬람교의 역사와 종파를 살펴봐야 해요. 이슬람교는 크게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뉩니다. 전 세계 무슬림의 85~90%가 수니파에 속하고 나머지가 대부분 시아파에 속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 이슬람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이란은 대표적인 시아파 국가예요.

후티의 종교적 기반은 시아파 계통 가운데 하나인 '자이드파'예요. 자이드파는 오랫동안 예멘 북부 지역에서 종교·정치 세력을 형성해 왔어요. 오늘날 후티의 직접적인 뿌리는 1990년대 예멘에서 성장한 자이드파 부흥 운동인 '믿는 청년들'에서 찾을 수 있어요. 자이드파의 종교와 문화를 지키고 교육하려는 활동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예멘 정부와 갈등하게 됐어요. 이 운동의 주요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 후세인 알후티였어요. 그의 이름에서 오늘날 '후티'라는 명칭이 나왔어요. 2004년 후세인 알후티가 예멘 정부군과의 전투에서 사망하면서 후티와 정부 사이의 갈등은 본격적인 무장 투쟁으로 발전했어요. 이후 그의 동생 압둘말리크 알후티가 지도자로 부상했어요.

후티가 급격하게 성장한 결정적 계기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민주 혁명인 '아랍의 봄'이었어요. 33년 동안 예멘을 통치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 끝에 2012년 물러났어요. 이 틈을 이용해 후티는 2014년 예멘의 수도 사나를 장악했어요. 이듬해 대통령궁 등 주요 정부 시설까지 장악했지요. 오늘날 후티는 수도 사나를 비롯한 예멘 북서부의 인구 밀집 지역을 장악하고 있답니다. 예멘 정부는 남부 항구 도시 아덴으로 밀려났어요. 후티는 자체 행정기관을 운영하면서 세금도 걷고 군대를 유지하는 사실상의 통치 세력으로 성장했어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이 위치한 아라비아반도 지도입니다.
▲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이 위치한 아라비아반도 지도입니다.
지난 18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후티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소총을 들어 올리고 있습니다.
▲ 지난 18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후티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소총을 들어 올리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군사 장비를 운반하던 트럭들이 미사일 공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최근 후티가 공개했습니다.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군사 장비를 운반하던 트럭들이 미사일 공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최근 후티가 공개했습니다.
후티 지도자인 압둘말리크 알후티입니다. /AP 연합뉴스·UPI 연합뉴스·위키미디어 커먼스
▲ 후티 지도자인 압둘말리크 알후티입니다. /AP 연합뉴스·UPI 연합뉴스·위키미디어 커먼스
사우디와 예멘 내전

후티가 수도 사나를 점령하자 가장 긴장한 나라 가운데 하나가 국경을 맞댄 사우디였어요. 수니파가 주축인 사우디 입장에선 시아파 계통의 무장 세력이 남쪽 국가 예멘의 수도까지 장악한 건 큰 안보 위협이었죠. 결국 2015년 사우디는 여러 아랍 국가와 연합군을 구성해 예멘 내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했어요. 반면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후티에 무기와 기술 등을 지원했지요. 예멘 내전에 사우디와 이란까지 가세하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분쟁으로 확대됐답니다.

하지만 사우디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전쟁은 빠르게 끝나지 않았어요.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최첨단 전투기를 이용해 후티의 군사 시설을 공격했지만 후티는 험준한 산악 지형과 지하 시설, 분산된 군사 기지를 이용하며 버텼어요. 후티 전투원들은 매복과 유격전에 익숙해졌고,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해 사우디 본토를 공격할 능력까지 갖추게 됐어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이들은 예멘 주민이었어요. 공습과 지상전뿐 아니라 식량 부족과 전염병, 의료 체계 붕괴 등 어려움이 겹치면서 예멘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를 겪는 지역 가운데 하나가 됐어요. 결국 2022년 유엔의 중재로 휴전이 성립됐어요. 이후 대규모 지상전은 잦아들었지만, 갈등의 씨앗까지 다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

홍해로 전장을 넓힌 후티

2023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되자 후티는 팔레스타인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그해 11월부터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들을 미사일과 드론 등으로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후티는 처음에는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을 공격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국적 배가 공격을 받았답니다. 이 때문에 여러 해운 회사가 홍해를 피하고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가는 긴 항로를 선택했어요. 이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운송비와 보험료도 상승했죠.

미국은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다국적 해상 안보 작전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시작했어요. 2024년부터는 미국과 영국이 예멘의 후티 미사일·드론 시설 등을 직접 공습하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오만의 중재로 미국과 후티가 상호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긴장이 한때 완화됐어요. 하지만 중동 전체의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올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중동 정세는 다시 급격하게 나빠졌어요. 친이란 세력인 후티는 군사 활동을 다시 시작했어요.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 세력과 충돌했고, 이란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우디 선박에 대한 봉쇄에 나섰습니다. 사우디 영토를 향해서도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어요. 사우디의 공항과 석유 시설 등이 다시 공격 위협에 노출됐고, 사우디는 후티의 미사일과 드론을 잇달아 요격하고 있어요.

이에 사우디도 주변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요. 지난 8월 사우디와 튀르키예, 파키스탄은 메카에서 공동 방위 협정을 체결했어요. 세 나라 가운데 한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을 세 나라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어요. 사우디 내부에서도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어요. 최근 사우디의 최고 종교 권위자가 군인들에게 후티와 싸우며 목숨을 희생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어요. 중동 분쟁은 석유 가격 상승 등 세계 곳곳에 영향을 끼칩니다. 사우디와 후티의 갈등으로 많은 나라의 걱정이 커지는 중이랍니다. 
정세정 옥길새길중 역사 교사 기획·구성=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