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위인과 정신건강] 불안·긴장 속에도 호기심 놓지 않은 다윈… 20년 넘는 연구 끝에 '종의 기원' 펴냈죠

입력 : 2026.09.29 03:30

찰스 다윈과 불안감

위키피디아 커먼스
▲ 위키피디아 커먼스
찰스 다윈(1809~1882•사진)은 생물이 오랜 세월에 걸쳐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조금씩 변해 왔다는 '진화론'을 세상에 내놓은 영국 과학자예요. 그런데 그가 오랫동안 불안과 여러 신체 증상에 시달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다윈은 어릴 때부터 조금 유별난 아이였어요. 조개껍데기와 동전, 돌멩이처럼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이든 모으는 걸 좋아했어요. 학교 공부보다 밖에 나가 새와 벌레를 관찰하는 일이 훨씬 재미있었지요. 특히 딱정벌레라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대요.

다윈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학을 공부했지만 오래 하지 못했어요. 당시 마취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환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견디기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결국 의학 공부를 그만두고 식물, 동물, 지질 공부에 깊이 빠져들었어요. 그러다 스물두 살 때인 1831년, 다윈에게 인생을 바꿀 기회가 찾아왔어요. 영국 해군 탐사선 비글호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출항을 앞두고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다윈은 혹시 심장병이 아닐까 걱정했지요.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병이 있다고 하면 배를 타지 못하게 될까 봐 말하지 않았다고 해요.

결국 다윈은 비글호에 올랐어요. 5년에 가까운 항해 동안 남아메리카를 탐사했어요. 특히 적도 부근 화산섬 지역인 갈라파고스 제도의 여러 동물을 관찰했어요.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생물들을 만났고, 곳곳에서 만난 생물들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은 훗날 진화에 관한 생각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단서가 됐지요.

하지만 영국으로 돌아온 뒤 다윈의 몸은 자주 말썽을 부렸어요. 속이 메스껍고 복통, 두통, 불면에 시달렸지요. 특히 사람을 많이 만나거나 긴장하는 일을 겪은 뒤에는 증상이 더 심해졌어요. 차츰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됐고, 결국 서른세 살에 런던을 떠나 조용한 시골로 이사했지요.

다윈이 정확히 어떤 병을 앓았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어요. 그의 증상이 공황 발작이나 불안 장애와 닮았다는 견해도 있어요. 분명한 건 다윈이 오랫동안 병에 시달렸다는 거예요. 하지만 불안과 고통 속에서도 한 가지는 멈추지 않았어요. 바로 호기심이었지요. 멀리 나가기 힘들 때는 집 주변의 식물과 벌레를 관찰했어요. 직접 만나기 어려운 학자들과는 편지를 주고받았지요.

그리고 계속 물었어요. '왜 같은 종류의 생물도 조금씩 다를까?' '작은 차이가 오랜 세월 쌓이면 어떻게 될까?' 다윈은 서둘러 답을 내놓지 않았어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 가능성도 거듭 따져 보았지요. 비글호에서 돌아온 해는 1836년이었지만, 진화론을 설명한 책 '종의 기원'이 세상에 나온 것은 20년도 더 지난 1859년이었어요. 다윈의 불안은 끝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질문을 놓지 않는 마음을 이어가 결국 위대한 저작을 남길 수 있었답니다.

이헌정 고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