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中 상인에게 화약 제조법 배운 고려 최무선, 600년 잠들었던 화약 무기 최근 공개됐죠

입력 : 2026.09.29 03:30

한국의 화약 무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약 무기로 추정되는 ‘황자화통’. 고려 말 또는 조선 초에 제작됐다고 해요.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약 무기로 추정되는 ‘황자화통’. 고려 말 또는 조선 초에 제작됐다고 해요.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최근 국가유산청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전남광주 나주에서 발견된 '황자화통' 실물을 공개했어요. 군이 등산로 조성을 위해 지뢰를 탐지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이 유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약 무기인데요. 고려 우왕 때인 1377년 혹은 조선 세종 때인 1437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대요. 문헌으로 전해지던 고려 말, 조선 초의 화약 무기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죠. 우리 조상들은 언제부터, 어떤 화약 무기를 사용했을까요?

화약 무기 등장 이전에는 활, 투석기, 쇠뇌(발사 장치가 달린 활) 등 원거리 무기가 전장에서 사용됐습니다. 특히 신라의 쇠뇌 제작 기술은 유명했는데요. 중국 당나라가 신라의 쇠뇌를 탐냈지만 기술자가 여러 핑계를 대며 결국 비법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기록도 있어요. 고려 전기에는 불로 적을 공격하는 '화공'에 관한 기록이 있는데, 불이 화약을 재료로 한 것인지, 고대처럼 기름을 이용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고려 후기부터는 확실하게 화약 무기가 사용됐어요. 여기에는 무신 최무선(1325~1395)의 활약이 컸어요. 당시 중국이 화약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려도 화약 무기의 존재는 알고 있었어요. 또 화약 무기를 일부 사용했다는 기록도 전해지지만, 화약 자체를 만드는 방법은 몰랐다고 해요. 최무선은 고려에 방문한 중국 상인들을 대접하면서 화약 제조법을 배웠습니다. 이후 고려도 다양한 화약 무기를 직접 개발했고, 왜구나 여진족과 전투에서 사용했어요. 다만 구체적인 형태와 성능을 복원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합니다.

조선 시대에 들어서면서 화약 무기를 다양하게 개량했습니다. 특히 세종과 문종 시기에 많은 발전이 이뤄졌습니다. 일종의 로켓형 추진체를 달고 날아가는 화살인 '신기전'과 신기전을 발사하는 '화차', 그리고 총통(다양한 화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 개량됐죠. 조선군이 임진왜란 초기 화약 무기를 보유하지 않아 일본군에 밀렸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어요. 실제로는 조선군도 이미 세종대왕 때 개인이 휴대할 수 있는 총통을 개발했답니다. 하지만 일본군 조총의 명중률이 더 높았고, 전투 경험도 일본군이 더 많았어요. 조선군은 조선에 항복한 일본인 중에 조총 제작 기술을 알고 있는 자를 우대하면서 조총 기술을 배우려고 했죠. 이 밖에도 천자총통, 지자총통 같은 총통과 비격진천뢰 같은 폭발성 포탄도 사용했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조총은 조선군의 주력 무기로 활용됐어요. 조선군의 조총 사격 실력이 청나라군보다 뛰어났다는 기록도 있지요. 개항 이후에는 근대식 소총을 도입했고, 현재는 우수한 성능의 K9 자주포를 만드는 등 세계적 방산 국가로 발전했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