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아내 홍씨, '한' 많은 삶에 대한 회고록 남겼어요

입력 : 2026.09.28 03:30

한중록

[꼭 읽어야하는 고전]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아내 홍씨, '한' 많은 삶에 대한 회고록 남겼어요
혜경궁 홍씨 지음|김선아 옮김|출판사 현암사|가격 1만8000원

조선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1735~1815)는 여러 회고록을 썼습니다. 나중에 하나로 엮은 것이 '한중록(閑中錄)'입니다. 한자를 풀면 '한가한 가운데 쓴 기록'이라는 뜻이지만, 실제 한가해서 쓴 글이라기보다는 역경을 겪고 잠시 여유를 찾았을 때 쓴 기록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한중록은 사도세자의 죽음이 중심 내용입니다. 영조는 세자가 사소한 실수를 해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크게 꾸짖었습니다. 세자는 아버지의 꾸중에 울화를 못 이겨 우물에 몸을 던지기도 했어요. 세자의 의무를 내팽개치고 미천한 신분의 여인들을 곁에 두었으며, 시중을 드는 내관들을 이유 없이 매질하고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영조가 사람 죽인 일을 추궁하자 세자는 "사랑하지 아니하시기에 서럽고, 꾸중하시기에 무서워 화가 되어 그러하오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영조가 "세자의 말이 옳으냐?"고 묻자 혜경궁 홍씨가 답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자애를 받지 못하여 한 번 놀라고 두 번 놀라 마음의 병이 되어 그러하오이다."

혜경궁 홍씨가 보기에 세자는 부모에 대한 깊은 마음을 잘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영조는 그런 사정을 모르고 늘 불쾌한 표정과 말로 아들을 대했습니다. 심지어 가뭄 피해가 "세자가 덕을 닦지 않는 탓"이라 했습니다. 그런 아버지에 대한 두렵고 서러운 마음이 병이 되었다고 혜경궁 홍씨는 설명합니다.

세자가 사람을 심하게 때려 죽게 만드는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결국 세자의 어머니 선희궁이 울면서 영조에게 "대처분을 하소서!"라고 말한 뒤 가슴을 치고 기절했습니다. 세자에게 죽음을 내리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영조가 사도세자의 아들인 세손까지 죽일 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영조의 명으로 뒤주에 들어간 세자가 외쳤습니다. "아버님, 아버님, 잘못하였으니 이제는 하라는 대로 하고 글도 읽고, 말씀도 잘 들을 것이니 이리 마소서!" 하지만 그는 뒤주에 갇히고 8일 만에 죽었습니다.

할아버지 영조에 이어 임금이 된 정조는 아버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본 신하들을 벌했습니다. 그중엔 외가 풍산 홍씨 가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혜경궁 홍씨의 작은아버지 홍인한이 사약을 받았습니다. 정조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혜경궁 홍씨의 동생도 사약을 받았고 이미 죽은 혜경궁 홍씨의 아버지 홍봉한은 역적으로 몰렸습니다.

혜경궁 홍씨가 탄식했습니다. "형제와 삼촌과 조카들이 종적을 감추어 관직과 녹봉을 사양하고 자연을 따라 살았더라면 집안의 화가 어찌 생겼으리오." 혜경궁 홍씨는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진상과 한 많은 삶을 기록함으로써 한을 조금이라도 푼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그 덕분에 거센 풍랑 같은 역사 속 한 개인의 마음, 그리고 공식 기록에는 없는 이야기와 만날 수 있습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