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학사모 쓴 것처럼 보이는 불상… 소문난 '수능 기도처'래요
입력 : 2026.09.21 03:30
팔공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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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은 각종 역사의 현장이었습니다. 신라 시대 승려 원효대사가 도를 닦은 곳이자, 김유신 장군의 훈련장이기도 했어요. 팔공산은 통일신라 시대에는 나라를 지키는 다섯 명산을 뜻하는 '신라 오악'(토함산·계룡산·지리산·태백산·팔공산)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중악'(中岳)으로 대접받았습니다. 이후 통일신라가 힘을 잃으며 고려 태조 왕건은 후백제 견훤과 패권을 놓고 격돌했는데, 왕건은 팔공산 일대에서 벌어진 공산 전투에서 크게 패해 충신 신숭겸, 김락을 비롯한 수많은 부하를 잃기도 했습니다. 특히 신숭겸은 왕건의 갑옷을 대신 입고 싸워 왕건을 탈출시킨 뒤 전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만약 왕건이 이때 사로잡혔다면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불교를 중시한 고려는 불경을 집대성한 경전인 대장경을 만들었는데, 최초의 대장경이 '초조대장경'입니다. 팔만대장경보다 약 200년 앞서 만들어졌어요. 이 초조대장경이 보관됐던 곳이 팔공산에 있는 부인사입니다. 안타깝게도 초조대장경은 몽골 침입 때 소실됐습니다. 이후 조선 시대에 들어 임진왜란이 터지자 승병(승려 군대)을 지휘하는 본부가 팔공산에 마련됐습니다. 팔공산은 신라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역사를 두루 품고 있는 산입니다.
팔공산에는 명실상부한 '국민 기도처'가 있습니다. 통일신라 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관봉 석조여래좌상'<사진>이에요. 관봉(853m) 정상에 있는 이 불상은 머리에 넓적한 보개(탑 꼭대기나 불상 위에 설치해 부처의 존귀함을 나타내는 덮개)를 얹고 있는데, 이 모습이 갓을 쓴 것처럼 보여서 '갓바위 부처'라고 불립니다. 여기서 기도하면 소원 하나는 꼭 이뤄준다는 이야기가 있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다가오면 수많은 학부모가 찾아옵니다. 보개가 대학 학사모를 닮아 수능 기도처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팔공산 이름의 유래에 대해선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원래는 '공산'(公山)으로 불렸는데요. '곰산'이나 '꿩산'으로 부르다가 한자로 표기하면서 공산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후 숫자 '8'(八)이 붙었습니다. 왕건이 공산 전투에서 패할 때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여덟 장수를 기리기 위해 팔공산이 됐다는 설, 여덟 봉우리가 우뚝 솟아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