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우월함 과시하는 문화는 무조건 틀렸을까… 다른 문화 이해하는 것이 관용의 기초랍니다
입력 : 2026.09.21 03:30
| 수정 : 2026.09.21 10:16
문화의 패턴
루스 베네딕트 지음|이종인 옮김|출판사 연암서가|가격 1만3000원
도부족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혀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들은 악의나 배신을 우선시하고 심지어 사회적 미덕으로까지 여깁니다. 또 모든 일에서 주술이 있어야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여깁니다. 만약 이웃이 평소 그 밭에서 나는 것보다 더 많은 수확을 올렸다면, 그것은 주술을 걸어 남의 밭에서 훔친 결과라고 여깁니다.
콰키우틀족은 경쟁자들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걸 중요하게 여깁니다. 콰키우틀족에게 기름, 담요, 카누는 귀한 재산인데, 이들은 남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물건을 모닥불에 던져 넣기도 합니다. '나는 이 정도 재산은 서슴없이 태울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겁니다. 그러면 상대는 더 많은 재산을 불태우며 맞서기도 합니다. 서로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경쟁하는 것이지요.
반면 푸에블로 인디언의 문화는 도부족, 콰키우틀족과 다릅니다. 베네딕트가 현지에서 연구한 이들은 온화했습니다. 질서 있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이혼이 자유롭지만, 대부분 부부는 평생에 걸쳐 함께 평화롭게 살아갑니다. 개인의 권력은 소용이 없습니다. 집단 구성원이 행사에 평등하게 참여하는 편입니다.
베네딕트는 푸에블로 인디언 문화를 '아폴로형'이라고 부릅니다. 아폴로형은 개인의 감정을 중시하지 않고, 열정적이거나 난폭하지 않으며 광란에 빠지지 않습니다. 반면 콰키우틀족은 경쟁하며 욕구를 드러내는 '디오니소스형'입니다. 아폴로형과 디오니소스형은 철학자 니체가 고대 그리스 예술과 문화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쓴 용어에서 따온 것입니다. 베네딕트가 문화의 패턴, 즉 유형을 강조한 까닭은 한 개인의 생각과 행동은 생물학적 본능보다는 그가 속한 문화를 따른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베네딕트는 문화의 패턴에는 우열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다기보다는, 서로 다르고 각자의 특징이 있다는 것이지요. 문화마다 정상이라고 여기는 것은 다릅니다. 다른 사람들을 굴복시키고 잘난 척하는 것이 콰키우틀족에서는 정상이지만, 푸에블로 문화에서는 얼빠진 행동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요. 베네딕트는 다른 문화의 패턴을 이해하는 것이 관용의 기초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