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인문학 이야기] 100년 전쯤 미국서 술 제조·판매 금지하자 알코올 공급하는 마피아들이 큰돈 벌었죠
입력 : 2026.09.15 03:30
중독의 역사
세상은 술·담배나 마약같이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들로 골치를 앓고 있어요. 그렇다면 해로운 것들에 사람들이 아예 손대지 못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금지의 철칙(iron law of prohibition)'에 따르면, 중독 약물을 법으로 못 하게 막을수록 사람들은 더 강한 약물로 옮겨가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마약인 헤로인을 막자, 더 강력한 펜타닐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고 해요. 일단 중독되고 나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같은 효과를 내는 약물을 찾아내려 하는 탓입니다.
100년 전쯤, 미국에서는 금주령으로 아예 술을 만들고 판매하지 못하게 막아버렸습니다. 그러자 술값이 치솟았고, 알코올을 몰래 공급하는 마피아들이 큰돈을 벌었습니다. 금지가 더 큰 문제를 낳은 셈이지요. 그래서 많은 나라들은 중독 물질을 막기보다 관리하는 정책을 펴곤 합니다. 술과 담배에 많은 세금을 붙이는 식으로 말이지요. 높은 가격으로 소비를 막으면서 공급을 관리하고, 국가가 수입도 거두는 방식입니다.
물론 중독 물질에 손대는 짓은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곤 합니다. 위스키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길들이는 수단이기도 했어요. 술에 빠져들게 한 다음, 술값으로 땅을 빼앗곤 했습니다. 어떻게든 술을 구해야 하는 중독자 처지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을 거예요. 또 중독 물질은 사람들을 차별하는 구실이 되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알코올 중독에 자주 빠지고 흑인은 약물에 취약해 쉽게 폭력적으로 바뀌며, 이민자 가정의 노동자들은 약물을 좋아해 범죄를 저지른다는 식의 편견이 널리 퍼졌던 거죠.
1971년, 미국 대통령 닉슨은 '약물(drug) 퇴치 전쟁'을 선언했습니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도 '전국적인 약물 퇴치 십자군 활동'을 펼치겠다고 외쳤어요. 하지만 약물은 지금도 여전히 미국의 골칫거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마약 같은 중독 물질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인 칼 에릭 피셔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회복 자본(recovery capital)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돈과 집 같은 물질적 자원, 지식과 기술 등의 개인적 자원, 가족과 친구 같은 사회적 자원이 모두 잘 갖춰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삶이 힘들면 중독 물질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워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