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고속도로 위 '작은 홈'… 졸음 운전·수막 현상 예방한대요

입력 : 2026.09.15 03:30

럼블 스트립과 그루빙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가 되면 자동차를 타고 고향에 가는 사람이 많지요. 그런데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갑자기 차가 '드르르륵' 하고 떨리거나, 타이어 아래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떤 도로에서는 이 소리가 익숙한 멜로디처럼 들리기도 해요. 라디오나 자동차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오늘은 도로에 숨겨진 과학의 비밀을 알아보겠습니다.

소리의 비밀은 '럼블 스트립'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들을 수 있는 '드르르륵' 소리는 바로 도로 표면에 난 홈 때문에 생깁니다. 도로를 자세히 살펴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움푹 파인 홈이 반복해서 만들어진 구간을 볼 수 있어요. 자동차가 지나갈 때, 이런 홈이나 요철을 이용해 일부러 소리와 진동이 발생하도록 설계한 시설을 '럼블 스트립(rumble strip)'이라고 합니다. '우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다'라는 뜻의 럼블(rumble)에, '가느다란 조각이나 띠'를 뜻하는 스트립(strip)이 합쳐진 말이지요.

자동차가 평평한 도로 위를 달리다가 럼블 스트립 구간을 지나면, 타이어가 홈을 하나씩 연속해서 밟게 됩니다. 이때 타이어가 홈이 파인 도로 표면과 부딪치며 위아래로 반복해서 흔들리고, 이 진동이 타이어와 차체에 전달됩니다. 물체가 떨리면 주변 공기도 함께 떨리면서 소리의 파동인 음파가 만들어져요. 이 음파가 우리 귀의 고막을 흔들고 뇌까지 전달되면 '드르르륵'하는 소리로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소리와 진동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만든 것입니다. 럼블 스트립은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 주는, 일종의 도로 위 알람인 셈입니다.

그래픽= 전봉기
그래픽= 전봉기
홈 간격 바꾸면 음악 들려요

럼블 스트립에서 나는 소리가 어떻게 음악으로 바뀔 수 있을까요? 그 비밀은 도로에 파인 홈의 간격에 있습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소리의 높낮이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물체가 떨리는 진동에서 시작됩니다. 물체가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주파수'라고 하고, 헤르츠(Hz)라는 단위를 사용합니다. 같은 시간 동안 많이 진동할수록 높은 음이 나고, 적게 진동할수록 낮은 음이 나지요.

노래하는 도로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자동차가 일정한 속도로 달릴 때, 도로의 홈과 홈 사이가 좁으면 타이어가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홈을 지나게 됩니다. 그만큼 타이어와 차체가 더 자주 진동하기 때문에 높은 음이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홈과 홈 사이가 넓으면 타이어가 1초 동안 지나는 홈의 수가 줄어들어 진동도 느려지고, 낮은 음이 만들어져요.

예를 들어, 홈의 간격을 조절해 자동차가 일정한 속도로 달릴 때 타이어가 1초 동안 약 440개의 홈을 지나도록 설계하면, 약 440Hz에 해당하는 '라(A)' 음의 소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들리게 하고 싶은 음의 높이에 맞춰 홈의 간격을 각각 다르게 정하고, 그 홈들을 순서대로 배열하면 '도―레―미'처럼 여러 음이 이어진 하나의 멜로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차 속도도 노래에 영향주죠

노래하는 도로에서는 홈의 간격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속도도 매우 중요합니다. 자동차가 얼마나 빠르게 달리느냐에 따라, 1초 동안 타이어가 지나는 홈의 개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자동차가 빠르게 달리면 같은 간격의 홈이더라도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홈을 지나게 됩니다. 그러면 타이어와 차체가 더 자주 진동하면서 주파수가 높아지고, 우리가 듣는 음도 더 높게 들립니다. 반대로 자동차가 천천히 달리면 1초 동안 지나는 홈의 개수가 줄어 주파수가 낮아지고, 음도 더 낮게 들리지요.

노래가 연주되는 빠르기(템포)도 달라집니다. 자동차가 빠르게 달리면 도로 위에 만들어 놓은 여러 음의 구간을 더 빨리 통과하므로, 멜로디도 빠르게 들립니다. 반대로 천천히 달리면 멜로디도 느리게 들려요. 그래서 똑같은 노래하는 도로를 지나더라도, 자동차의 속도에 따라 노래의 음높이와 빠르기가 조금씩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노래하는 도로는 보통 특정한 주행 속도에서 원래 의도한 음높이와 빠르기의 멜로디가 들리도록 홈의 간격과 배열을 설계합니다. 정해진 속도에 맞춰 달릴 때, 도로가 비로소 제대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이지요.

안전 위한 도로 위 또 다른 홈

도로를 자세히 살펴보면 럼블 스트립처럼 표면에 홈이 파여 있지만, 소리와 진동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도로 표면에 일정한 방향으로 홈을 만드는 '그루빙(grooving)'입니다.

그루빙은 특히 비 오는 날 도로를 안전하게 달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타이어와 도로 사이에 물이 끼면서, 타이어가 도로 표면에 제대로 닿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자동차가 물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수막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이때 도로에 만든 홈은 빗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타이어 아래에 고인 물이 홈을 따라 빠져나가면, 도로 표면과 타이어가 다시 잘 접촉하기 쉬워지지요. 럼블 스트립이 소리와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면, 그루빙은 빗물이 빠져나가게 해 타이어의 접지력을 높이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겉보기에는 비슷한 도로의 홈이라도, 맡은 역할은 서로 다른 것이지요. 
이동훈 작가·'대충 봐도 머리에 남는 어린이 원소 상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