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잘 끊어지는 줄기… 사위 부담 덜어주려는 장모 배려가 담긴 이름이래요

입력 : 2026.09.14 03:30

사위질빵

요즘 산기슭이나 길가에서 흰 눈이 쌓인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꽃이 있습니다. 사위질빵입니다. 덤불이나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며 자라는 덩굴식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사위질빵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식물입니다. 여리게 보이는 줄기를 가져 사람들이 풀로 생각하지만, 여러 해를 살면서 굵은 줄기가 딱딱하게 변했기 때문에 나무로 분류합니다.

사위질빵 꽃은 흰 눈이 쌓인 듯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김민철 기자
사위질빵 꽃은 흰 눈이 쌓인 듯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김민철 기자
대개 칡·등나무·댕댕이덩굴 등 덩굴이 지는 나무는 줄기가 아주 질겨 바구니와 광주리 등 각종 기구를 만드는 데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하지만 사위질빵의 줄기는 약해서 별 쓸모가 없었습니다. 손으로 조금만 세게 잡아당겨도 줄기가 끊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위질빵이라는 좀 특별한 이름까지 생겼습니다.

전하는 얘기에 따르면, 장모는 가을걷이를 돕기 위해 오랜만에 처가에 온 사위가 일하는 것이 안타까웠답니다. 그렇다고 다들 일하는데 사위만 쉬라고 할 수도 없어서, 무거운 짐을 지지 못하도록 쉽게 끊어지는 이 식물로 지게의 질빵(짐을 등에 질 수 있도록 매는 끈)을 만들어줬다고 합니다. 사위는 가벼운 짐만 지고 쉬엄쉬엄 일하도록 하려는 장모의 배려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이 이 식물을 사위질빵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사위질빵 꽃은 지름이 2㎝ 정도인데 꽃잎은 퇴화해 없고 흰색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입니다. 씨앗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할미꽃 열매처럼 흰 털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열매 전체가 마치 흰 공처럼 보입니다. 이 털은 조금이라도 멀리 씨앗을 날려 보내기 위해서 달린 것입니다. 씨앗에 가벼운 풍선을 다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겁니다. 자식이 새로운 세상에 정착해 살아가도록 하려는 모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민들레나 박주가리 등 많은 식물이 이런 방식으로 씨앗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사위질빵이 구석구석 퍼진 데다 극성스럽게 다른 식물을 타고 올라가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널리 퍼졌습니다.

사위질빵을 소개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식물이 할미밀망입니다. 사위질빵과 비슷하게, 줄기가 할머니가 질빵으로 쓰기 적당한 식물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생김새도 사위질빵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꽃이 3개씩 모여 피어 좀 성글게 보이는 점, 꽃 크기가 더 큰 점 등이 다릅니다. 할미밀망의 꽃 크기는 3㎝ 이상으로 사위질빵보다 큽니다. 할미밀망은 강원도부터 지리산까지 주로 백두대간에 분포하는 한국 특산식물입니다. 할미밀망은 사위질빵보다 한두 달 정도 빠른 5~6월에 꽃이 핍니다. 사위질빵과 할미밀망은 각각 은은한 수박향, 구수한 꿀 향기가 난다고 하니 만나면 향기도 한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