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머리만 있는 것 같은 이상한 생김새… 둥둥 떠다니며 일광욕 즐기는 이유는?

입력 : 2026.09.09 03:30

개복치

올여름 유럽에 기록적인 폭염이 몰아닥쳤을 때 영국 바다에서 독특한 장면이 잇따라 펼쳐졌대요. 거대한 물고기가 수면으로 올라와 옆으로 누운 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는 거죠. 이 물고기는 원래 몸통이 절반으로 잘려 나간 것 같은 모습이었고 위아래로 지느러미가 쭉 뻗어 있었어요. 희한한 생김새 때문에 발견될 때마다 뉴스의 주인공이 되는 이 물고기는 개복치<사진>랍니다. 학자들은 비교적 서늘한 영국 바다에서 온대성인 개복치 목격 사례가 증가한 것을 두고 바다 수온 상승과 관련이 있는지 주목하고 있대요.

개복치는 몸통은 없고 머리만 있는 것 같다고 해서 헤드피시(headfish), 수면에서 떠다니며 일광욕을 하는 습성 때문에 선피시(sunfish)라고 해요. 다 자라면 몸길이는 3m가 넘고 몸무게도 2000㎏을 훌쩍 넘어요. 물렁뼈를 가진 상어·가오리를 제외하고 딱딱한 뼈를 가진 물고기(경골어류) 중에서는 가장 덩치가 크고 무겁대요.

위키미디어 커먼스
위키미디어 커먼스
개복치는 복어 무리에 속하지만 독은 없대요. 전 세계 모든 열대·온대 바다에서 생활하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간혹 개복치가 잡혔다는 뉴스가 전해지죠. 다른 복어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이를 연상케 하는 단단한 이빨을 가지고 있어요. 이빨을 갈아 '끼익끼익' 소리를 내기도 해요.

개복치는 깊은 바다에서 먹이를 찾은 뒤, 차가워진 몸의 체온을 올리기 위해 수면 위에 누워 일광욕을 즐겨요. 차가운 물속에 오래 있으면 신체 기능이 저하돼 목숨이 위험할 수 있거든요. 간혹 위로 쭉 뻗은 등지느러미가 수면 위로 나올 때가 있는데 상어인 줄 알고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수면에 눕는 이유는 또 있어요. 개복치 몸에 붙어서 살아가는 기생충 종류만 50종이 넘어요. 개복치는 청소부 노릇을 하는 작은 물고기들이 자신의 몸을 두루 훑어 기생충을 잡아먹게 놔둬요. 그래도 기생충이 떨어지지 않으면 수면 위에 누워 갈매기 같은 바닷새들이 와서 기생충을 쪼아먹도록 하는 거죠. 개복치는 이따금 고래처럼 수면 위로 솟구치기도 하는데 이 역시 기생충을 떨쳐내려는 행동으로 알려져 있죠.

개복치는 낳는 알의 숫자도 어마어마하답니다. 한 번에 무려 3억개의 알을 낳아요. 갓 부화한 새끼 개복치는 몸길이가 2.5㎜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통 물고기와도 비슷하게 생겼대요. 그런데 몸길이가 1.5㎝ 정도 자라면 몸이 부풀어 오르고 꼬리지느러미가 사라지면서 몸 절반이 툭 잘려 나간 듯한 특유의 모습으로 변해간답니다.

독특한 생김새와 거대한 몸집을 가진 개복치는 수족관에서 관람객들을 몰고 다니는 '스타 물고기'이기도 해요. 지난해 일본의 한 수족관에서는 리모델링을 위해 휴관에 들어가면서 손님의 발걸음이 끊기자 개복치의 동작이 눈에 띄게 둔해졌대요. 수족관 사람들은 사람들과 교감해 온 개복치가 우울해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수족관 곳곳에 사람 그림을 붙여 기운을 북돋아 줬대요.

개복치가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은 해파리예요. 먹이를 입속으로 빨아들였다가 뱉어내기를 반복하면서 잘게 부순 다음 적당한 크기가 됐을 때 삼키죠. 개복치는 대형 고래·상어 등에 간혹 사냥당하기도 하지만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야생에는 천적이 거의 없어요. 개복치의 목숨을 위협하는 건 사람이 버린 비닐봉지예요. 해파리인 줄 알고 먹었다가 질식하거나 소화기관을 막아 굶어 죽을 수 있거든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