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누각 통째로 옮기고, 신전 자르고… 건물들의 특별한 이사
입력 : 2026.09.09 03:30
건축물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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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사람들이 밧줄로 히로사키성의 천수각을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건물을 해체하지 않고 아래에 레일을 설치해 옮기는 방법을 택했대요.
앞서 2015년 이 천수각은 손상된 성벽 보수 공사를 위해 원래 장소에서 78m 떨어진 곳으로 옮겨졌는데요. 당시에도 사람이 일부 구간을 옮겼습니다. 주민이 직접 성을 끌어당기는 경험을 하도록 행사를 마련한 겁니다. 그리고 최근 수리를 마친 뒤 원래 자리로 되돌리는 작업에 들어갔는데, 이번에도 같은 방법을 택했습니다. 총 5m는 사람의 힘으로 끌고, 나머지 73m는 기계로 마저 옮길 예정이라고 해요.
이처럼 건축물을 해체하지 않고 레일 등으로 옮기는 방식을 '히키야'라고 하는데요. 일본은 오래전부터 이 방법을 사용해왔습니다. 시 당국은 천수각이 중요 문화재이기 때문에 해체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옮기기로 정했대요.
우리는 건축물을 한 장소에 오랫동안 고정되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곤 해요. 하지만 인류는 다양한 방법으로 거대한 건축물을 옮겼습니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간 역사적 건축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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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7년 이집트 아부심벨 대신전 조각상이 새 장소에서 조립되고 있습니다.
1950년대 이집트는 농업용수 등 수자원 확보와 수력 발전을 위해 나일강에 '아스완 하이댐'을 건설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문제가 있었어요. 댐이 완성돼 강물을 막으면 거대한 호수가 생겨,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2세(재위 기원전 1279~기원전 1213)가 건설한 아부심벨 대신전을 비롯한 각종 유적이 수몰될 상황이었어요. 이에 유네스코는 중요한 유적들을 골라 이전하기로 결정했어요. 아부심벨 신전 역시 이전 대상에 포함됐죠.
하지만 신전은 일반적인 건축물과는 달랐어요. 돌을 쌓아 만든 것이 아니라 거대한 산 자체를 깎아 만든 신전이었죠. 그래서 전문가들은 결국 신전과 주변 암벽을 거대한 블록으로 잘라낸 뒤 높은 곳으로 옮겨 다시 조립하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1964년 대공사가 시작됐습니다.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얼굴과 몸도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하나씩 옮겨졌죠. 그리고 4년이 지난 1968년, 신전은 원래 위치보다 60여 m 높은 곳으로 이전됐습니다. 국제 사회의 노력 덕에 아부심벨 대신전은 수몰을 피했고,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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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해터러스곶 등대가 내륙으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아우터뱅크스는 대서양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모래섬 지역이에요. 따뜻한 해류와 차가운 해류가 만나는 이곳에선 안개와 거친 파도가 자주 발생해요. 수심이 얕은 곳도 많아 오랜 세월 수많은 선박이 난파했어요. '대서양의 무덤'이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기도 했어요.
1870년, 선박의 안전을 위해 아우터뱅크스의 해터러스곶에 등대가 건설됐습니다. 높이 약 60m인 이 등대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벽돌 등대였어요. 벽돌 약 125만개가 사용됐고, 꼭대기까지 가려면 25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야 하죠. 흰색과 검은색 띠가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독특한 외관인데, 낮에도 멀리 떨어진 배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든 디자인이래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어요. 등대가 처음 세워졌을 당시에는 해안선과 꽤 거리가 있었지만, 파도와 폭풍이 해안을 깎아내면서 해안선은 점점 등대에 가까워졌어요. 강력한 폭풍이 발생하면 등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어요.
결국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등대를 옮기기로 했어요. 1999년 등대를 내륙으로 옮기는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약 130년 된 역사적인 등대를 보존하기 위해 철거하는 대신 통째로 옮기기로 한 거예요. 하지만 신중해야 했어요. 조금만 기울어도 벽돌에 균열이 생기거나 무너질 위험이 있었어요. 전문가들은 등대 아래를 파낸 뒤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고 유압 장치를 이용해 건물을 조금씩 들어 올렸어요. 이후 등대 전체를 특수 운반 장치 위에 올려 천천히 움직였어요. 결국 등대는 원래 자리에서 약 880m 떨어진 곳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등대는 지금도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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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스웨덴 광산 도시 키루나의 교회를 통째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도시는 지반 불안정으로 기존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새 도심을 조성했는데, 교회는 해체하지 않고 그대로 옮겼답니다. /AFP 연합뉴스·위키미디어 커먼스·미국 국립공원관리청
지난해 8월 스웨덴 광산 도시 키루나에서는 지어진 지 100년이 넘은 키루나 교회가 도시를 천천히 지나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민과 관광객 수천 명이 길가에 모여 교회의 이사를 지켜봤지요.
키루나 교회는 1912년 완공된 대형 목조 건축물로,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2001년 실시한 한 조사에선 스웨덴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뽑히기도 했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키루나에는 세계적 규모의 철광산이 있는데요. 광산 덕에 도시는 성장했지만, 오랜 채굴로 지반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도로에 균열이 발생하고 장기적으로 건물의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키루나는 광산을 폐쇄하는 대신 도시 중심부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어요. 2004년부터 기존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새 도심을 조성하기 시작했어요. 새 주택과 상점, 공공 시설이 만들어졌고, 많은 기존 건물은 철거됐어요.
하지만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키루나 교회는 원형 그대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무게 672t에 이르는 건물 아래에 거대한 철제 구조물을 설치했고, 그 아래엔 수많은 바퀴가 달린 특수 차량을 투입했어요. 바퀴는 무려 224개에 달했는데요. 도로가 조금 기울어져 있더라도 각각의 바퀴 높이를 조절해 교회를 최대한 수평으로 유지했어요. 작은 진동도 목재에 손상을 줄 수 있었기에 운반차는 천천히 이동했습니다. 결국 키루나 교회는 이틀에 걸쳐 약 5㎞를 이동해 새로운 자리에 무사히 도착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