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가장 최근 지정된 국립공원… 잘 마르지 않는 '금샘'에서 산 이름 땄대요

입력 : 2026.09.07 03:30

금정산

부산에는 해운대 해변 못지않게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있습니다. 지난 3월 전국 24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금정산(801m)입니다. 한자로 쇠 금(金), 우물 정(井) 자를 쓰는데요. 정상 인근에는 '금샘'이라는 이름의 바위샘이 있어요. 이곳의 물은 잘 마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대요. 빗물이 고이기도 하지만, 밤이 되면 차가워진 바위에 안개나 공기 중 수증기가 물방울로 맺히는 결로 작용으로 바위에 물이 계속 차는 것이죠. 옛 전설에 따르면 오색구름을 탄 금빛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이 샘에서 헤엄쳤다고 해요. 산에 있는 사찰 범어사(梵魚寺) 이름에는 물고기 어(魚) 자가 들어가 있는데, 역시 하늘에서 내려온 금빛 물고기 전설이 깃든 이름입니다.

부산 금정산 정상 부근에 있는 금샘. 물이 잘 마르지 않는대요.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부산 금정산 정상 부근에 있는 금샘. 물이 잘 마르지 않는대요.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금정산 능선을 따라 꿈틀거리듯 이어진 금정산성은 전체 길이가 약 18㎞입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조선은 1703년(숙종 29년) 성을 쌓았고, 약 100년이 지나 성을 크게 보수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거대한 군사 요새에서 큰 전투가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전쟁을 비켜간 덕에 성벽과 성문이 비교적 잘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성벽을 따라 걸으며 동해와 낙동강을 동시에 내려다보는 빼어난 등산로가 됐습니다.

성벽 안쪽 해발 400m 분지에는 비밀 기지 같은 '산성 마을'이 숨어 있습니다. 성을 쌓던 인부들과 군인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마을에서 전국적인 명물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금정산성 막걸리'입니다. 고된 노역을 달래기 위해 즐겨 마셨다고 전해지는 이 막걸리는 지금도 누룩을 발로 꾹꾹 밟아 띄우는 전통 방식을 고수합니다. 특유의 새콤하고 알싸한 맛이 소문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민속주 1호'로 지정한 일화도 유명합니다.

금정산은 억겁의 세월 동안 비바람이 화강암을 조각해 놓은 야외 전시장입니다. 펼쳐진 부채를 닮은 거대한 부채바위, 나비 날개를 닮은 나비암 등 곳곳에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솟아 있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산길은 범어사에서 출발해 북문을 거쳐 정상인 고당봉에 오르는 코스입니다. 부산 최고봉인 고당봉 꼭대기에 서면 발밑으로 부산 도심과 낙동강이 펼쳐집니다.

정상에서 탁 트인 사방을 눈에 담았다면, 다시 북문으로 내려와 동문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걸어 보시길 권합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옛 성곽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원효봉에 닿아 고당봉과는 또 다른 부산의 경치를 마주하게 됩니다. 멀리 부산 앞바다와 회동수원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원효봉을 지나 제4망루와 의상봉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은 바위 능선들이 야외 조각 미술관처럼 펼쳐져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향이 짙고 우아한 소나무 숲도 만납니다. 동문에 도착해 조금만 더 아래로 내려오면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거대한 바위 능선과 역사 깊은 산성을 종주하고도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도심으로 돌아올 수 있답니다. 
신준범 월간 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