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게임 아이템 수량 줄면 희소성 올라가듯, 주식 일부 없애면 가치 높아진대요

입력 : 2026.09.03 03:30

주주 환원

Q. 삼성전자가 주주들에게 약 100조원을 돌려준다는 뉴스를 봤어요. 그런데 그 발표가 나오고 주가가 9% 가까이 폭락했대요. 왜 그런 걸까요?

삼성전자는 약 90~110조원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했고, SK하이닉스도 40조원 규모의 환원 계획을 발표했어요. 반도체 초호황으로 돈을 쓸어 담은 두 회사가 나란히 곳간을 연 거예요. 회사의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방법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현금을 직접 나눠 주는 거예요. 이걸 배당이라고 해요. 다른 하나는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여 없애 버리는 것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이라고 하죠.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연합뉴스
자사주 소각은 불태워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전산상 해당 주식을 없애는 금융·회계적 절차입니다. 과거 종이 주권(실물 주식)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주식 실물을 회수해 폐기했기 때문에 '소각(消却·지워 없앰)'이라는 표현이 붙었대요. 하지만 오늘날은 전자 등록 방법으로 증권이 발행되기에 전산상에서 주식을 없애는 것이지요.

회사가 주식을 사서 없애 버리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남은 주식의 가치가 높아지게 됩니다. 게임으로 비유해 볼게요. 좋은 아이템이 100개가 있었는데 게임 운영자가 20개를 회수해 없앴다고 생각해보세요. 수량이 줄며 남은 아이템의 희소성과 가치는 더 올라가게 됩니다. 자사주 소각도 비슷합니다. 회사가 일부 주주의 주식을 사들인 뒤 없애 버리면 남은 주주들의 한 주 한 주가 차지하는 몫이 커지는 거지요. 배당보다 자사주 소각을 더 반기는 주주가 많습니다. 배당을 받으면 이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하지만, 자사주 소각의 경우 세금 없이 내 몫이 커지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사주 소각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어요. 이번 발표에 자사주 15조원어치를 사겠다는 내용이 있긴 했지만 이는 임직원 보상용이었어요. 게다가 앞서 SK하이닉스가 자사주 40조원어치를 사서 전부 소각하겠다고 발표한 것과는 대비가 됐죠. 기대의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상태에서 삼성전자의 발표는 그에 못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또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을 쉽게 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법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는 다른 비금융 계열사 주식을 최대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딱 10%인데, 자사주 소각이 이뤄지면 이 회사들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올라가 10%를 넘게 됩니다. 금융 당국의 별도 승인이 없다면 10% 초과분은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자사주 소각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김나영 양정중 교사·경제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