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위인과 정신건강] 어린 시절 잠에 예민했던 문학 거장… 밤샘 집필로 프랑스 대표 걸작 남겼죠
입력 : 2026.09.01 03:30
프루스트와 수면 위상 지연 증후군
혹시 잠자리에 들기 전 누군가 "잘 자"라고 인사해 주지 않으면 괜히 잠이 오지 않았던 적이 있나요? 프랑스 문학 거장 마르셀 프루스트도 그런 아이였어요. 밤마다 엄마가 잘 자라고 인사해 주기를 손꼽아 기다렸어요. 그런데 집에 손님이 와서 엄마가 올라오지 못하는 날이면 불안해하며 쉽게 잠들지 못했답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잠에 예민한 모습을 보였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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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 /위키피디아
우리 몸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체 시계'가 있어요. 이 시계는 스스로 하루의 리듬을 만들면서 우리가 언제 졸리고 언제 정신이 맑아질지를 조절합니다. 그런데 이 시계도 '자극 신호'가 필요해요. 가장 강력한 자극이 바로 빛입니다. 아침의 밝은 빛은 우리 몸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어!"라고 알려줍니다. 그런데 프루스트처럼 밤에 깨어 있는 생활을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요? 몸의 시계가 바깥세상의 시간과 어긋날 수 있어요. 이렇게 극단적으로 수면 시간이 뒤로 밀리는 현상을 겪는 경우를 '수면 위상 지연 증후군'이라고 불러요. 현대인도 많이 겪는 증상이에요. 새벽 4시에 잤다가 11시에 일어나는 식이죠. 생체 시계를 정상적으로 되돌리려면 의사와 상담하고, 밤 시간대 전자기기 사용과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프루스트는 낮에는 잠을 청하기 위해 여러 약물에 의지했고, 모두가 잠든 조용한 밤에 글을 썼습니다. 그의 소설에는 아주 유명한 장면이 나옵니다. 어느 날 따뜻한 차에 적신 작은 과자 '마들렌'을 한 입 먹는 순간, 잊었다고 생각한 어린 시절 기억이 갑자기 생생하게 되살아납니다. 맛과 향이 과거의 시간을 통째로 현재로 데려온 것이지요. 그렇게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시간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바로 프루스트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입니다.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위대한 소설 중 하나로 꼽혀요.
그는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모두가 잠든 밤마다 기억 속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여행했습니다. 프루스트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쉰한 살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프루스트의 삶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하나는 건강한 생체 리듬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어린 시절 어려움이 그 자체로 특별한 재능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훌륭한 작품을 세상에 남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