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따뜻한 바다가 만든 소용돌이… 지구 열 불균형 줄인대요
입력 : 2026.09.01 03:30
태풍
위성이 내려다본 북서태평양의 구름은 한 폭의 그림을 떠올리게 합니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입니다. 그림 속 밤하늘에는 푸른색과 흰색의 굵은 붓 자국이 크고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며 흐릅니다. 위성에서 바라본 북서태평양 모습도 이와 닮았어요. 하얀 구름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고, 곳곳에서는 구름이 모여 크고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죠. 이 가운데 어떤 소용돌이는 거대한 회오리로 성장하는데요.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태풍이에요. 그렇다면 위성 사진 속 수많은 구름 가운데 어떤 구름이 태풍으로 성장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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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 유재일
태풍의 고향은 따뜻한 열대 바다입니다. 물이 담긴 주전자를 데우면 김이 올라오듯, 햇볕을 받아 따뜻해진 바다에서는 많은 물이 증발해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상승해 높은 곳에서 식으면, 수증기가 작은 물방울로 변하면서 구름이 만들어집니다. 이때 '잠열'이라는 열에너지가 방출되는데 이 에너지는 공기를 더욱 상승시키고, 아래쪽에서는 빈자리를 채우려고 주변 공기가 몰려들어요.
지구가 자전하고 있기 때문에 모여드는 공기는 곧장 중심으로 가지 않고 회전하게 돼요.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흩어져 있던 구름이 차차 하나의 중심을 가진 크고 강한 소용돌이로 발달한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초속 17m 이상인 열대저기압을 태풍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열대저기압이라도 발생하는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은 달라요. 북서태평양에서는 '태풍', 북동태평양과 대서양에서는 '허리케인', 인도양과 남반구에서는 '사이클론'이라고 부르는데, 기본적으로는 같은 현상이에요.
강하게 발달한 태풍을 위성에서 보면 중심에 구름이 거의 없는 동그란 부분이 보이는데요. 이것이 바로 '태풍의 눈'이에요. 눈 안에서는 공기가 하강하기 때문에 구름이 적고 바람도 비교적 약하답니다. 하지만 바로 주변의 '눈벽'에서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나타나요. 폭우가 쏟아지고 매우 강한 바람이 분답니다. 고요함과 격렬함이 공존하는 셈이에요.
태풍은 이동하는 동안 세기가 계속 변해요. 따뜻한 바다를 지나며 수증기와 열을 충분히 공급받으면 강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차가운 바다로 이동하면 에너지 공급이 줄어든답니다. 대기의 상태도 중요해요. 태풍의 아래쪽과 위쪽에서의 바람 방향이나 속도가 크게 다르면 태풍의 구름 기둥이 한쪽으로 기울어져요. 이것을 '위아래 바람 엇갈림(Vertical Wind Shear)'이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해, 마치 블록을 높이 쌓고 있는데 위쪽 블록을 옆에서 계속 밀어내는 모습과 같다고 보면 돼요. 이런 환경에서는 태풍의 구조가 흐트러져 강하게 발달하기 어렵답니다.
태풍에는 '운전대'가 없어요
태풍이 발생하면 가장 궁금한 것은 '어디로 갈까?'일 거예요. 열대 바다에서 발생한 태풍은 어떤 때는 한반도로 향하고, 어떤 때는 중국이나 일본 쪽으로 가기도 해요. 태풍에는 자동차와 달리 방향을 결정하는 '운전대'가 없어요. 대신 주변의 큰 공기 흐름에 실려 이동하게 된답니다.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6~10월 사이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치와 세력이 중요한 역할을 해요. 태풍은 공기 밀도가 높고 밀어내는 힘이 강한 고기압의 내부를 뚫지 못하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인답니다. 그래서 북태평양고기압이 어디까지 뻗어 있느냐에 따라 태풍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어요. 또 태풍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을 만나 이동 방향이 오른쪽으로 크게 꺾이기도 한답니다.
이처럼 태풍은 끊임없이 변하는데요. 그렇다면 예보관들은 며칠 뒤 태풍이 어디에 있을지, 얼마나 강해질지를 어떻게 알아낼까요? 미래를 예측하려면 먼저 '지금'을 정확히 알아야 해요. 예보관들은 기상위성으로 태풍의 위치와 구름의 발달 상태를 살펴보고, 기상레이더와 관측을 통해 다양한 기상 자료를 모으고 분석해요. 그리고 슈퍼컴퓨터가 복잡한 대기의 움직임을 계산해 태풍의 미래 위치와 강도를 예측합니다.
우리나라 제주도에 기상청 국가태풍센터가 있어요. 이곳에서는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을 24시간 감시하고 분석하며, 태풍이 우리나라에 미칠 가능성을 살피고 있어요.
기후변화와 태풍
최근 들어 기후변화와 태풍의 관계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태풍의 중요한 에너지원인 바다가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앞으로 태풍이 더 많이 생기고 더 강력해지는 것일까요?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뜨거운 바다는 태풍이 강하게 발달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에요. 기온이 높아지면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도 많아지기 때문에, 태풍이 동반하는 비의 양이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태풍이 '몇 개나 발생했는가'뿐만 아니라 '얼마나 강한 태풍이 나타나는가'를 함께 살펴봐야 해요.
태풍은 많은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다만 태풍을 단순히 '나쁜 자연 현상'이라고만 볼 수는 없어요. 태풍은 저위도에 쌓인 막대한 열에너지를 고위도로 옮겨 지구의 열적 불균형을 줄이고, 때로는 가뭄 지역에 필요한 비를 공급하기도 해요. 지구 전체로 보면 열과 수분을 옮기는 거대한 자연의 순환 과정 가운데 하나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