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미래 그려가는 도화지 작게 만드는 '가난'… 더 넓은 세상 그리도록 손 내밀어야 해요
입력 : 2026.08.27 03:30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의 저자는 교사이자 청소년 정책 연구자입니다. 초임 시절 가난 때문에 학교에 못 나오는 제자를 돕지 못한 일을 계기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빈곤 가정에서 자란 열일곱 살 안팎 아이들 여덟 명을 만났고 이들이 서른 즈음의 청년이 될 때까지 기록했습니다.
여덟명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가난의 모습이 달리 보입니다. 가난은 단순히 '통장에 돈이 부족한 상태'가 아닙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지, 혹은 하지 않을지, 어떤 삶을 꾸릴지 계속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데, 가난은 판단의 폭을 좁힙니다.
책에 등장하는 수정이는 대학 생활이 버거워도 마음대로 휴학할 수 없었습니다. 휴학하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끊겨 어머니의 약값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장학금을 받으려면 공부에 몰두해 좋은 학점을 유지해야 하는데, 수정이는 아르바이트도 계속해야 했습니다.
우빈이를 통해서는 가난이 미래를 바라보는 거리까지 짧게 만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는 "돈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손에 쥔 현금은 마음을 그나마 편하게 해주는 '안전장치'였습니다. 몇 년 뒤를 위해 지금의 수입을 포기하라는 충고는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저자는 생존에 많은 에너지를 쓸수록 미래를 계획할 힘도 줄어든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여덟 명을 무기력한 사람으로만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지현이는 장학금을 받으려 어려운 집안 형편을 거듭 글로 쓰다가 글쓰기 실력이 늘었고, 도움을 청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훗날 그는 "경험을 활용하는 게 강점"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자기 처지를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찾는 이런 능력을 '성찰하는 힘'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를 '가난해도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이해해서는 곤란합니다. 지현이도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책은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노동, 복지 제도까지 함께 살핍니다.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사회는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가난과 가족 문제, 우울과 방황 같은 아픈 경험을 세상에 내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여덟 명은 오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자신이 힘들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듯 자기 이야기가 다른 청소년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힘들면 잠시 쉬면서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도 좋아' '다른 길을 택하더라도 너의 삶은 흔들리지 않아' 같은 말이 크게 와닿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분명히 있습니다. 그들이 손에 쥐지 못한 건 돈뿐만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일지도 모릅니다. 도움을 청하는 걸 망설이고 있을 수도 있죠. 그들이 인생의 다음 장면을 스스로 그려볼 자유를 갖도록 도움의 손길은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