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악어 유인해 알 훔쳐먹는 사냥꾼… 맹수 나타나면 꼬리를 채찍처럼 휘두른대요

입력 : 2026.08.26 03:30

나일왕도마뱀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 산책로에 나타나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든 커다란 도마뱀이 포획됐대요. 몸길이 70㎝인 이 도마뱀은 왕도마뱀의 한 종류인 '나일왕도마뱀'입니다. 이름처럼 나일강 유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에 주로 살고 있어요. 이번에 포획된 도마뱀은 키우던 주인에게 인계될 예정이래요.

전 세계에는 수천 종의 도마뱀이 있는데, 이 중 대략 60종이 왕도마뱀 무리랍니다. 몸길이가 3m까지 자라는 세계 최대 도마뱀 코모도왕도마뱀을 비롯해 거대한 몸집의 도마뱀들이 이 무리에 속해요. 나일왕도마뱀도 다 자란 몸길이는 최장 2m에 달한답니다. 검은색 혹은 짙은 녹색 바탕의 몸통에 노란색 고리 무늬가 규칙적으로 그려져 있어 화려하다는 느낌을 줘요.

몸길이 최대 2m까지 자라는 나일왕도마뱀은 아프리카 포식자 악어에게도 위험한 존재래요. /위키피디아
몸길이 최대 2m까지 자라는 나일왕도마뱀은 아프리카 포식자 악어에게도 위험한 존재래요. /위키피디아
도마뱀은 영어로 '리자드(lizard)'인데요. 왕도마뱀은 '킹 리자드(king lizard)'가 아니라 감시자라는 뜻의 '모니터(monitor)'예요. 일부 왕도마뱀 무리가 뒷다리로 몸을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는 동작을 취하는데, 이게 마치 자신의 영역을 감시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데서 이렇게 부르게 됐죠.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왕도마뱀이 여느 도마뱀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어요.

도마뱀 하면 적에게 붙잡혔을 때 꼬리를 자르고 냅다 도망가고, 나중에 잘린 꼬리가 자라나는 습성이 떠오르죠? 그런데 왕도마뱀에게는 그런 꼬리 재생 기능이 없대요. 사실 꼬리를 잡을 만한 강력한 천적이 거의 없거든요. 나일왕도마뱀은 몸길이의 절반 가까이가 근육질의 단단한 꼬리랍니다. 이 꼬리가 균형을 잡아주는 덕에 최고 시속 29㎞까지 내달리면서도 넘어지지 않죠. 물속을 헤엄칠 때는 꼬리가 배의 노처럼 추진력을 얻어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요.

자신보다 몸집이 큰 맹수로부터 위협을 받을 때는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자신을 방어해요. 꼬리는 나일왕도마뱀의 영양분 저장고이기도 하답니다. 먹잇감에서 당장 흡수하고 남은 열량은 지방으로 꼬리 부분에 저장해 굶주릴 때를 대비해요.

아프리카에는 나일왕도마뱀의 사냥감이 널려 있답니다. 작은 포유동물·물고기·새·개구리 등 사냥할 수 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요. 즐겨 사냥하는 먹이 중 하나는 '악어 알'이랍니다. 자신 몸보다 곱절 이상 큰 거대한 나일악어의 둥지를 습격해서 알을 훔쳐먹어요. 이 과정에서 몇 마리가 협업해 알을 돌보던 암컷 악어를 바깥으로 유인하는 작전까지 펼친대요. 아프리카 최강의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 악어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알을 노리는 나일왕도마뱀일 정도래요.

나일왕도마뱀은 아프리카와 멀찍이 떨어진 미국에서도 번성하고 있어요. 애완용으로 길러지거나 이색적인 동물들을 거래하던 중 버려진 나일왕도마뱀들이 아프리카처럼 덥고 습한 지역이 많은 동남부 지역에 정착해서 토종 동물을 잡아먹으며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어요. 대표 서식지인 플로리다 주정부는 나일왕도마뱀을 유해 동물로 지정해 퇴치에 앞장서고 있답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