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외국인 관람객 1등' 박물관… 건물 둘러싼 비판도 크대요

입력 : 2026.08.25 03:30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입니다. 전국의 여러 고건축을 모방해 만들었어요.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국립민속박물관입니다. 전국의 여러 고건축을 모방해 만들었어요.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우리나라 박물관 중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국립민속박물관입니다. 외국인 관람객 약 135만명이 이곳을 다녀갔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약 23만명)의 6배에 달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인의 생활 문화를 주제로 한 국내 최대 규모의 생활사 박물관이에요. 경복궁 안에 있어 관람객들이 고궁과 함께 즐기기 좋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박물관 건물을 한국 건축사의 대표적 문제작으로 꼽기도 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사실 이 건물의 원래 주인은 국립민속박물관이 아니었어요.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신인 국립박물관은 해방 후 여기저기를 떠돌았는데요. 1972년 완공된 경복궁 안 새 건물로 들어갔다가, 이후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겼습니다. 바로 이 경복궁 건물이 지금의 국립민속박물관입니다. 1993년부터 사용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 건물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요? 1960년대, 박정희 정부는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박물관 건립에 나섭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선 유물들을 체계적으로 전시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았어요. 민족적 정체성을 강조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결국 정부는 경복궁 안에 새 박물관을 짓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문화재관리국은 설계 지침을 발표하는데요. 그러자 건축계 등에서 반발이 나왔습니다. '여러 문화재 건축을 모방해도 좋다'라는 내용이 들어갔기 때문이에요. 국가의 중요한 건축물을 한데 모으겠다는 것이었지만, 건축계 등에서는 건축의 창의성을 무시하는 일이고 전통을 제대로 계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어요. 국가대표 박물관 건립임에도 응모작은 단 10건에 그쳤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건물은 실제 전국 각지 문화재를 모방한 형태가 됐습니다. 정면 계단은 '경주 불국사 청운교·백운교'를 모방했고, 그 위의 5층 건물은 '보은 법주사 팔상전'에서 땄습니다. 왼쪽 2층 건물은 '구례 화엄사 각황전', 오른쪽 3층 건물은 '김제 금산사 미륵전'을 차용했습니다. 상부 난간은 '경복궁 근정전'에서 따왔습니다. 특징이 서로 다른 고건축 여럿이 섞인 모습이 됐어요. 지금도 '베끼기에 불과하다' '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주기 어렵다' 등 비판이 나와요. 특히 박물관을 지으며 6·25 전쟁도 견딘 옛 전각(큰 건물)을 철거하기까지 했습니다. 이곳은 역대 왕의 어진(임금 얼굴 그림)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경복궁 선원전이 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건물은 철거될 예정입니다. 경복궁을 옛 모습에 맞게 되살리는 복원 사업이 추진되며 국립민속박물관은 세종시 새 건물로 이전할 예정이에요. 다만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고, 문제작으로 꼽히긴 하지만 그간 시민과 교감한 역사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철거 반대 목소리도 있답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