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핸드폰 통신 칩 작동 멈추는 기능… 지상에서도 유용해요

입력 : 2026.08.25 03:30

비행기 모드

무더운 여름, 비행기를 타고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탈 때마다 늘 따라붙는 궁금증이 하나 있어요. '스마트폰의 비행기 모드는 꼭 켜야 할까?' 누군가는 반드시 켜야 한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안 켜도 아무 일 없던데?'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해요. 비행기 모드를 안 켜도 정말 괜찮은 걸까요. 오늘은 비행기 모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비행기를 방해한 라디오

스마트폰의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누르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활성화하는 순간 비행기 고도와 상관없이 전화는 물론, 인터넷이 끊기면서 친구와 주고받던 메신저도 잠시 멈추게 되죠. 그렇다면 비행기 모드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을까요?

1960년대 초반, 비행기를 탄 한 승객이 휴대용 라디오를 켰습니다. 그런데 비행기의 길을 찾아주는 중요한 항법 장치가 갑자기 엉뚱한 신호를 보내며 갈팡질팡하는 일이 생겼대요. 항법 장치에 작은 오류가 생긴 겁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과학자들은 조사에 나섰는데요. 그들은 작은 전자제품이 뿜어내는 전파가 비행기 장치를 어지럽게 만들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때부터 비행기를 타면 모든 휴대용 전자제품의 전원을 꼭 끄도록 했답니다.

이후 1990년대 들어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비행기가 이륙, 착륙할 때 사람들이 전화를 사용하면 조종사들이 쓰는 헤드셋에 '지지직' '삐' 하는 기분 나쁜 소음이 들렸대요. 안전하게 비행기를 운전해야 하는 조종사들에게 이런 소음은 집중을 방해하는 골칫거리였어요. 그래서 무조건 휴대전화 전원을 끄라고 안내했습니다. 당시 휴대전화는 전화를 걸고받는 것 외엔 별다른 기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손안의 작은 컴퓨터'라 불리는 PDA(개인용 디지털 단말기)와 스마트폰이 등장하게 됐죠. 사람들은 비행기 안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미리 저장해 놓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멋진 구름 사진도 찍고 싶어 했어요. 이에 '기계 전원은 켜두되, 비행기에 방해가 되는 통신 신호만 쏙 빼서 차단하자'는 생각이 커졌고, 우리가 아는 비행기 모드가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그래픽= 진봉기
그래픽= 진봉기
비행기 모드, 꼭 켜야 할까?

비행기 모드는 무선 통신을 차단하는 기능이에요. 그럼 어떤 방식으로 통신을 차단할까요? 비행기 모드를 켜는 순간, 기기 내부의 소프트웨어가 무선 주파수를 다루는 칩과 안테나의 작동을 강제로 멈춰 세워요. 이 때문에 전파를 쓰는 인터넷 연결이나 전화 기능은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되죠. 전파와 상관없는 문서 작업이나, 미리 저장해 놓은 영화 시청은 문제없이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비행기 모드를 켜지 않으면 정말 큰 사고가 날까요. 사실 이 문제를 두고 전문가들도 오랫동안 열띤 토론을 벌여왔어요. '휴대전화 신호가 비행기와 지상 관제소의 교신을 방해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소리도 있고, 반대로 누군가는 '겨우 스마트폰 하나로 비행기가 고장 나겠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해요. 지금까지 스마트폰 전파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절대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어요.

비행기 모드를 켜지 않은 채 하늘 높이 올라가면, 스마트폰은 지상의 기지국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해요. 이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파가 항공기 시스템과 통신을 방해할 위험이 생긴답니다. 특히 요즘 우리가 널리 쓰는 5G 통신은 비행기에 조금 더 위협적일 수 있어요. 비행기가 땅에서 얼마나 높이 떠 있는지 알려주는 핵심 장치인 '전파 고도계' 때문인데요. 이 고도계가 사용하는 전파와 스마트폰의 5G 신호 영역이 마치 옆집처럼 아주 가깝게 붙어 있거든요. 보통 전파 고도계는 4.2GHz(기가헤르츠) 대역을 사용하고, 5G는 3.7~3.98GHz 대역을 사용하죠. 비유하자면, 두 대의 열차가 바짝 붙어서 나란히 달리는 것과 같아요. 자칫하면 거센 소음이나 진동이 옆 선로의 열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에요. 비행기 사고는 아주 사소한 방심이나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생길 수도 있기에, 비행기 모드를 권유하는 거랍니다.

만약 비행기 안에서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 꼭 통신을 써야 한다면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비행기 동체에 설치된 특수 안테나가 우주를 떠도는 인공위성이나 지상의 특별한 기지국과 직접 신호를 주고받으며 비행기 안을 마치 우리 집 거실처럼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준답니다.

지상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어요

그럼 비행기 모드는 꼭 비행기 안에서만 필요한 걸까요. 일상생활 속 다양한 상황에서도 이용할 수 있답니다. 먼저, 스마트폰을 아주 빠르게 충전하고 싶을 때 활용해 보세요. 비행기 모드를 켜면 통신 기능이 잠시 꺼지면서 더 빠른 속도로 충전이 되거든요. 일반 모드에서는 스마트폰 기기가 지상의 기지국과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신호를 주고받으며 전력을 소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 모드를 켜서 무선 기능을 끄면 배터리 소모가 줄어들지요. 물론 충전하는 동안 전화나 메시지 알림은 받을 수 없답니다.

또 전자파 걱정 없이 잠을 자고 싶을 때도 도움이 돼요. 비행기 모드를 켜두면 모든 통신이 차단돼 전자파 걱정을 덜 수 있어요. 아울러 가끔 인터넷이 갑자기 먹통이 되거나 데이터가 잘 터지지 않아 답답할 때 비행기 모드를 켰다가 잠시 후에 다시 끄면, 엉켰던 통신망을 새로 잡아 스마트폰 수신 상태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