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스마트폰 알람 대신 자연의 소리… 투명한 물 흐르는 계곡으로 유명하답니다

입력 : 2026.08.24 03:30

아침가리골

아침가리골에서 계곡 트레킹을 즐기는 모습입니다. /영상미디어
아침가리골에서 계곡 트레킹을 즐기는 모습입니다. /영상미디어
23일은 처서였습니다. 더위가 물러난다는 절기이지요.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처서 실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늦여름과 초가을에도 끈질긴 무더위가 이어지곤 합니다.

이어지는 더위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강원도 인제의 아침가리골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맑고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첨벙첨벙 걷다 보면, 늦여름의 더위는 물론 일상의 피로까지 상쾌하게 날려 보낼 수 있답니다.

이곳은 산이 워낙 높고 숲이 빽빽해 햇빛이 드는 시간이 매우 짧아, '아침에 잠깐 해가 들 때만 밭을 갈 수 있다'라는 표현에서 '아침가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아침 조(朝)' '밭 갈 경(耕)' 한자를 써서 조경동 계곡이라고도 불립니다. 조선 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에는 난리를 피해 숨어 살기 좋은 피난처 중 하나로 꼽혔을 만큼 강원도의 첩첩산중 오지 마을이었습니다. 이처럼 과거에는 외딴 계곡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아름다운 청정 생태의 보고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계곡은 바위가 너무 험해 걷기 위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침가리골은 경사가 완만하고 바닥이 비교적 평평해 신발을 신은 채 물속을 걸어 내려오는 '계곡 트레킹'을 즐기기 안성맞춤입니다. 트레킹은 방동고개(해발 825m)에서 짙은 숲길을 따라 내려가며 시작됩니다. 숲 터널을 통과하면, 유리알처럼 투명한 물이 흐르는 환상적인 계곡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발목까지 찰랑이는 여울부터 무릎이나 허리까지 닿는 시원한 웅덩이까지 번갈아 나타납니다. 골짜기 끝(진동리)까지 계곡을 무려 열여섯 번가량 가로지르게 됩니다. 어른들도 이곳에 오면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 물장구를 치며 환하게 웃곤 한답니다. 중장년층이 웃고 떠들며 어린이 같은 모습을 보이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곳입니다.

물은 걷기 딱 좋을 만큼 기분 좋은 시원함을 품고 있습니다. 물론 안전에 유의해야 합니다. 튼튼한 신발 등을 준비해야 하고, 양말을 신고 걸어야 물집이 생기지 않습니다.

한여름에는 인파가 몰려 물 반 사람 반이지만, 처서가 지난 아침가리골은 한결 여유롭게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냅니다.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여름의 끝자락과 가을의 문턱 사이 어느 비밀스러운 계절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듭니다.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는 '통화 불능 지역' 표지판도 만나게 됩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요즘, 복잡한 세상과 잠시 연결을 끊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싱그러운 새소리에만 귀를 기울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아침가리골에서 복잡했던 마음을 맑은 물살에 고요히 흘려보내고 시원한 물소리로 귓가를 씻어내는 경험을 만끽해보길 바랍니다.


신준범 월간 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