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자신이 말려 죽인 나무의 곰팡이까지 빨아 먹는 '나무 기생충'이에요

입력 : 2026.08.19 03:30

소나무 재선충

소나무와 잣나무 등 소나무류에 치명적인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가 전국 여러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대요. 나무가 여기에 감염되면 말라 죽는데, 아직 치료제가 없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 병을 일으키는 소나무 재선충<사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소나무 재선충은 실 또는 원통 모양을 한 무척추동물인 선형동물(線形動物) 중의 하나랍니다. 몸길이가 암컷 0.7~1㎜, 수컷 0.6~0.8㎜로 맨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아요. 선형동물 중에는 회충·요충·십이지장충 등 사람 몸에 사는 기생충이 많죠. 소나무 재선충은 이들과는 엄연히 다른 종류지만 소나무나 잣나무 등에 침입해서 식물세포를 먹어 치우고 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로는 '나무들의 기생충'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랍니다. 1934년에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처음 보고됐고, 우리나라에선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됐어요.

[동물 이야기] 자신이 말려 죽인 나무의 곰팡이까지 빨아 먹는 '나무 기생충'이에요
암컷은 나무의 목질부(속뼈대)에 알을 낳는데, 알 속에서 애벌레는 한 차례 탈피하고 부화한 뒤 세 번 더 껍데기를 벗고 어른벌레가 돼 번식할 수 있게 돼요. 소나무 재선충의 가장 무서운 특징 중 하나는 매우 빠른 번식 속도예요. 따뜻한 조건에서는 알에서 성충까지 자라는 데 불과 며칠밖에 걸리지 않고, 성충이 된 암컷은 여러 날에 걸쳐 많은 알을 낳습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 여러 세대가 겹치면서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어요.

소나무 재선충은 성장하면서 나무 속 곳곳으로 퍼져나가 입속의 바늘처럼 생긴 침으로 살아있는 식물세포를 찔러 빨아먹어요. 나무는 텅 비게 되고 수분의 이동이 막히면서 말라 죽게 돼요. 그런데 나무가 말라 죽은 다음에도 소나무 재선충은 번성한답니다. 죽은 나무에서 곰팡이가 피면 거기에 또 침을 꽂고 곰팡이의 세포까지 쪽쪽 빨아먹으면서 살거든요.

그런데 더 이상 나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게 어렵게 되면 소나무 재선충은 기묘한 수를 쓴답니다. 곤충인 하늘소를 활용해 다른 건강한 나무로 옮겨가는 거예요. 하늘소는 나무껍질에 구멍을 내고 그 안에 알을 낳습니다. 하늘소가 성충이 될 때 재선충들이 하늘소의 호흡 기관으로 들어가 함께 나무 밖으로 이동합니다. 이렇게 하늘소처럼 소나무 재선충을 다른 나무로 옮겨주는 역할을 하는 곤충을 '매개충'이라고 하는데요. 한반도 중·북부 지방 잣나무에서 주로 살아가는 북방수염하늘소와 남부 지방의 소나무에서 살아가는 솔수염하늘소가 대표적 매개충이에요. 소나무 재선충들이 새로운 터전을 잡는 건데, 나무에겐 악몽이 시작되는 거예요.

아직 병든 나무를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치료법은 없어요. 그래서 방제의 핵심은 재선충과 매개충의 번식과 이동의 고리를 끊는 것이랍니다. 병에 감염된 나무나 매개충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고사목(말라 죽은 나무)을 미리 베어내고, 파쇄나 훈증(약제 가스를 피워 소독함) 등의 방법으로 처리해 매개충이 다른 나무로 이동하지 못하게 합니다. 건강한 소나무에는 예방 나무 주사를 놓는 방법도 함께 활용하고 있어요.
정지섭 기자 도움말=남영우 국립산림과학원 임엽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