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확실해 보이는 것도 의심하는 태도 갖춰야 과학 기술도, 사회도 발전할 수 있답니다
입력 : 2026.08.10 03:30
파인만의 과학이란 무엇인가?
'파인만의 과학이란 무엇인가?'는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1918~1988)이 워싱턴대학교에서 강연한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그는 정직함이 과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말합니다. 과학자의 정직함은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분명하게 전달해 주는 것'입니다. 어떤 정보는 감추거나 대충 전달하면서 어떤 정보는 강조한다면 그건 정직하지 못하다는 주장입니다.
파인만은 사람들과 비행접시 논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비행접시가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계속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은 비행접시가 존재할 가능성이 아니라, 비행접시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본 것이 비행접시인지 아닌지 따집니다. 과학적 사고방식은 '무엇이 가능한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과학적 사고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떤 일에 약간의 가능성만 있어도 실제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비행접시가 그 사례입니다. 다만 가능한 일이라고 해서 실제로도 다 일어나는 건 결코 아닙니다. 과학적 사고방식에 충실하려면 아주 많은 데이터를 모아야 합니다. 그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행접시 목격 주장에 타당성이 있는지, 그럴듯한 설명인지 판단합니다.
과학적 지식은 확실한 지식일까요? 파인만에 따르면 과학적 지식은 '확실한 정도가 제각기 다른 여러 진술이 모인 것'입니다. 매우 불확실한 것, 거의 확실한 것도 있지만 절대적으로 완전히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과학자는 지금 확실하다고 여기는 지식이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지금의 지식을 의심하고 불확실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더 확실한 지식을 찾아나갈 수 있습니다. 의심하지 않고 확신만 한다면 지금의 지식에 머물고 말겠지요.
과학적 지식은 어떻게 진보할까요? 모든 확실성을 의심하는 태도, 인간의 지성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는 겸허한 자세, 이것이 진보의 조건입니다. 그런 자세와 태도로 지금과는 다른 방법과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일 줄 안다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의 기회가 열립니다. 이 조건은 과학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파인만은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시대는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절대적인 신념이나 독단주의에 빠졌을 때였다고 지적합니다.
독단주의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판단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신합니다. 그런 확신을 흔들리게 만들 수 있는 데이터는 보려고 하지도 않지요.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길을 가야 한다고 우깁니다. 같은 길을 거부하면 내쫓아버리려 합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과학의 진보뿐 아니라 사회의 발전도 막혀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