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완벽해 보이는 영웅, 이면엔 나약함도… 입체적 서술에 훌륭한 고전으로 꼽히죠

입력 : 2026.08.06 03:30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꼭 읽어야하는 고전] 완벽해 보이는 영웅, 이면엔 나약함도… 입체적 서술에 훌륭한 고전으로 꼽히죠
플루타르코스 지음|천병희 옮김|출판사 숲|가격 3만6000원

기원전 대제국을 건설한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드로스에 관한 일화입니다. 그가 소년이었을 때, 누구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는 말이 난폭한 것이 아니라, 땅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말의 머리를 돌려 그림자가 보이지 않게 한 뒤 천천히 달래며 등에 올라탔지요. 이 말의 이름이 바로 부케팔로스입니다. 알렉산드로스는 훗날 이 명마와 함께 수많은 전장을 누빕니다.

세월이 흘러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는 한 신전에서 알렉산드로스의 동상을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알렉산드로스는 수많은 민족을 다스렸는데, 자기는 아직 기억될 일을 이루지 못했다는 한탄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말의 두려움을 간파했고, 다른 한 사람은 앞선 영웅과 자신을 견주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생애를 하나로 묶은 이가 로마 제국에서 활동한 철학자 플루타르코스입니다. 그는 비슷한 업적이나 처지를 지닌 그리스인과 로마인을 짝 지은 '영웅전'을 썼습니다. 흔히 '비교 열전'이라고도 부릅니다.

플루타르코스는 누가 더 많은 땅을 차지했고 전쟁에서 몇 번 이겼는지를 따지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전쟁의 승패보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나 짧은 농담이 한 사람의 성품을 훨씬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영웅이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권력을 얻은 뒤 어떻게 달라지는지, 위기의 순간에 무엇을 선택하는지를 파고들었습니다.

책 속 인물들은 흠 없는 완벽한 위인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알렉산드로스는 대담하고 너그러웠지만, 술자리에서 격분해 자신을 구해준 오랜 동료를 죽이고 뒤늦게 통곡했습니다. 카이사르는 뛰어난 장군이자 정치가였지만 권력을 한 몸에 모으려다 결국 암살당했습니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의 빛나는 업적뿐 아니라, 절제를 잃었을 때 빚어지는 뼈아픈 비극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영웅들의 화려한 성취와 그 이면의 나약함을 아주 입체적으로 담아냈기에 '영웅전'은 유럽에서 오랜 기간 널리 읽히며 정치와 도덕을 가르치는 훌륭한 고전이 됐습니다.

물론 고대의 도덕관을 오늘날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전쟁과 정복, 노예제가 당연했던 과거의 한계도 뚜렷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고전은 영웅을 무작정 숭배하기보다 저자의 판단까지 함께 따져 가며 비판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우리는 알렉산드로스처럼 거대한 제국을 세우거나 카이사르처럼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가 났을 때, 경쟁자를 만났을 때, 작은 힘이라도 손에 쥐었을 때 무엇을 선택할지 기로에 서는 순간은 우리에게도 매일 찾아옵니다. 책은 우리가 스스로 잘 다스릴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묻습니다.

이진혁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