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스타와 정신건강] 산만했던 소년, '작은 목표' 하나씩 이루며 집중력 키워 세계 최고 스타로 우뚝 섰어요

입력 : 2026.08.04 03:30

마이클 펠프스와 ADHD

한 소년이 누나들을 따라 수영장에 갔어요. 하지만 물속에 얼굴을 담그는 것조차 무서워했어요. 코로 물이 들어올까 봐 겁부터 났지요. 그래서 소년은 얼굴을 물에 넣지 않아도 되는 배영부터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온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지만 힘을 빼자 몸이 물 위로 떠올랐고,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죠. 뜻밖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미국 전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41)의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는 모든 종목을 통틀어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선수예요. 다섯 번 올림픽에서 메달 총 28개(금 23, 은 3, 동 2)를 땄어요. 엄청난 집중력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기록이죠.

마이클 펠프스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물살을 가르고 있어요. /위키미디어 커먼스
마이클 펠프스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물살을 가르고 있어요. /위키미디어 커먼스
하지만 어린 시절 펠프스는 잠시도 가만히 있기 어려워했어요. 수업 시간에 연필을 만지작거리거나 의자를 흔들었고, 선생님 말을 듣다가도 어느새 다른 생각에 빠지곤 했지요. 사람들은 펠프스에게 자주 말했습니다. "조금만 더 집중해 봐." 펠프스도 그러고 싶었지만 좀처럼 마음을 한곳에 두지 못했습니다. 그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진단을 받았어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ADHD가 있는 아이는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행동을 참는 것을 어려워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집중할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자신이 좋아하고 목표가 있는 일에는 깊이 빠져들기도 합니다.

펠프스에게는 수영이 그런 일이었어요. 출발 신호음이 울리면 물속으로 뛰어들어서 호흡과 팔과 다리 동작에 집중해야 했지요. 교실에서는 산만하게 흩어지던 에너지가 수영장에서는 한곳으로 모였어요. 펠프스가 수영에 흥미를 붙인 건 어머니 데비 덕분입니다. 데비는 아들이 넘치는 에너지를 잘 쓸 수 있는 길을 찾아주려고 했어요. 수영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어머니는 펠프스가 수영장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도왔습니다.

하지만 ADHD의 어려움이 사라진 건 아니었어요. 정해진 시간에 훈련하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일은 펠프스에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는 먼 목표보다 눈앞의 동작에 집중했지요. 하루는 출발 자세를 고치고, 다른 날에는 회전 동작을 연습했어요. 손끝이 물에 들어가는 각도와 숨을 쉬는 방법도 조금씩 다듬었습니다.

열 살 무렵 또래를 앞지르더니, 2000년엔 15세 나이로 시드니 올림픽에 나서게 됩니다. 당시엔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2004 아테네 대회를 시작으로 2016 리우 대회까지 연거푸 메달을 수집합니다. 물에 들어가는 것조차 무서워하고 산만했던 아이는 훗날 수영을 넘어 스포츠 전체의 최고 선수로 꼽히게 됩니다. 자신의 에너지를 억지로 없애려 하지 않고, 작은 목표를 연이어 성취하는 방법으로 훈련했기에 가능했습니다. 펠프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더 많이 꿈꿀수록 더 멀리 갈 수 있답니다." 

이헌정 고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